[일본 대지진] ‘사고 25년’ 지금도 신음하는 체르노빌… 기형·암, 아직 43만여명 후유증

입력 2011-03-16 22:25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인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나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니아 키예프에 사는 나탈리야(46)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편이 전화를 했어요. 며칠 전부터 발전소 폭발에 대한 소문이 들렸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창문에 담요를 걸어두기도 했어요.”

나탈리야씨는 신문기자인 그의 남편으로부터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폭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게 원자로가 붕괴됐다고 전해 들은 가장 빠른 소식이었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1986년 4월 26일 사고 이후 그해 7월 말까지 29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 원전 주변 30㎞ 이내 주민 9만2000명은 강제 이주됐다. 6년간 발전소 해체 작업에 동원된 노동자 5722명과 이 지역에서 소개된 민간인 2510명도 죽었다. 43만명이 암,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고가 남긴 상처는 지금도 생생하다. 유엔은 2008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방사성요오드 수치가 높은 우유를 마신 아이들은 더 위험했다. 2006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거주자 중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불안감을 2배 이상 느끼고 있었다. 원인 불명의 신체적 질환도 정상인보다 3∼4배 많았다.

사고현장 30㎞ 반경 이내는 여전히 유령도시다. 80㎞ 떨어진 곳에서도 새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척박하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관계자는 “우리는 기술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전혀 준비가 없었다”면서 “체르노빌 사고는 전 세계에 주는 귀중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제한된 정보 제공과 은폐로 일관하던 소련은 결국 91년 붕괴했다. 민주주의 사회인 일본이 이번 사고로 정치시스템이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