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한국, 효율 日보다 낮지만 안전… 러型은 거의 폐기

입력 2011-03-16 22:27


韓·日·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비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1986년 ‘체르노빌 대재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전 구조나 방재시스템은 일본이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체르노빌 원전은 원자로의 설계 유형이 각각 다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비롯해 일본의 표준 원자로는 비등형 경수로(BWR)다. 일본이 운영 중인 원자로 54기(2005년 기준) 중 30기가 이 유형이다. 비등형 경수로는 우라늄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이 경수로의 물을 데우고, 이때 발생한 수증기가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1970년대 미국의 GE 모델로 노후화됐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비등형 경수로는 효율은 높지만 원자로 안에 증기 발전기가 있어 전원 공급이 끊길 경우 자연 순환이 안 돼 원자로 안에 있는 열을 식히지 못한다.

반면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삼는 원자로는 신형인 가압형 경수로(PWR)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21기 중 가압 중수로인 월성 1∼4호기를 제외하면 17기 모두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원자로는 가열된 물을 증기 발생기로 보내 그곳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생산, 터빈을 돌린다. 가압형 경수로는 비등형에 비해 열효율은 떨어지지만 외부에 증기 발전기가 있어 원자로는 열만 생산하고 증기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다. 원자로에서 생산된 열은 대류현상에 의해 자연적으로 열을 제거하는 증기 발전기 위로 올라가고, 증기 발전기는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도 원자로를 식힐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가압형 경수로는 1차 계통과 2차 계통 냉각수가 확실하게 분리돼 있어 1차 계통의 냉각수에 존재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2차 계통의 터빈 등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면서 “원전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 원전은 지진에 의해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는 “비등형 경수로는 가압형 경수로에 비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막아주는 격납용기의 크기가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내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갈 때 사고 발생에 따른 대처 시간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 4호기는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흑연 감속 비등경수로(RBMK)’였다. 고온에서 불이 잘 붙는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한 데다 별도의 격납용기도 없이 허술한 상자형 지붕 형태 구조물을 사용해 폭발에 취약했고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를 초래했다.

또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으며 지진해일(쓰나미)에 대비해 지면에서 10m가량 높은 곳에 지어졌다. 일본 원전은 규모 7.1 이상 지진에 견디고, 6.5m 이상 쓰나미를 대비해 설계됐다. 장 교수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예상치 못하게 규모 9.0 강진으로 발생한 7∼10m의 엄청난 쓰나미가 덮쳐 가동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