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특수장비 갖춘 자위대 200명 투입 ‘방사능과 사투’
입력 2011-03-16 16:10
후쿠시마 원전 최악상황 막기 절박한 작전
일본 정부가 자위대까지 투입하며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수 총력전에 나섰다. 막아내지 못할 경우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내각은 물론이고 일본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숨 건 최후의 50인=지난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폭발 이후 전체 직원 800명 중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도쿄전력 및 협력업체 인력은 모두 50명이다.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100배가 넘는 악조건 속에서 냉각수를 주입하고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은 특수 작업복과 마스크를 썼음에도 지난 12일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법적 허용치인 500마이크로시버트(μ㏜)의 800배에 해당하는 400밀리시버트(m㏜) 이상의 환경에서 15분간 이상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간과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기마저 끊긴 데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작업은 수시로 중단되고 있다. 특히 16일엔 원자로 상황이 악화돼 이들마저 일시 철수해야 하는 긴급 상황으로 내몰렸다.
도쿄전력 측은 “작업 조건이 최악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방사성 물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압력을 낮춰야 하는 만큼 직원들에겐 순간순간이 어려운 선택의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간 총리는 15일 사고대책통합연락본부 회의에서 “직원을 철수해선 안 된다. 각오해 달라”고 강조했다. 직원의 안위를 걱정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옥쇄(玉碎·대의를 위한 깨끗한 죽음)’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국내외로부터 거센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빠져나온 하청업체의 한 남성 직원은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당시 몸이 좌우로 흔들렸고, 위층에선 작업용 크레인과 조명 등의 기기가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고 회고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천장 배관에서 물이 흘러내리자 “원전 배관에서 나온 물이면 방사능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출입구 쪽으로 전력 질주했다는 것이다. 여진은 이어졌고, 이튿날 1호기는 수소 폭발을 일으켰다.
◇자위대 특수부대 투입=일본 방위성은 방사성 물질을 막는 특수 장비를 갖춘 약 200명의 자위대원을 제1원전과 제2원전 주변에 투입했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들 자위대원은 중앙특수무기방호대 150명을 비롯해 각 사단과 여단의 화학방호대원이다.
이들은 전용 방사성 물질 제거 시설을 설치하고 인체와 의류 등에 붙어 있는 방사능 물질을 씻어내거나 방사능 물질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 자위대원이 원자로 냉각 작업도 지원하게 돼 있지만 훈련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제1원전 3호기의 수소 폭발 당시 바닷물 주입 작업을 하던 자위대원 4명이 부상했고, 그중 1명은 방사능 피폭으로 입원했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은 “아주 위험하지만 해야 할 임무는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헬기 이용 붕산 투하 검토=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은 핵분열 연쇄반응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원자로 4호기에 대해 헬리콥터를 동원, 붕산을 직접 투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붕산을 바닷물에 섞어 원자로에 투입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헬기로 붕산을 대량 퍼붓자는 것이다.
붕산은 연료봉의 중성자를 잡아내 핵분열을 억제하는 흡수재인 붕소가 포함된 산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제2의 전력회사인 간사이(關西)전력이 지난 14일 붕산 52t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원키로 결정했다. 손상된 원자로 내부로 소방차를 직접 투입해 바닷물을 살포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새로운 고압 송전선을 설치해 외부에서 원전에 전력을 공급한 뒤 원자로를 식히는 비상 노심 냉각장치를 복구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