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동남아서 삼성 신제품 가장 먼저 출시하는 ‘전초기지’ 싱가포르
입력 2011-03-15 22:09
(10)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법인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면적 692.7㎢, 인구 461만명의 작은 나라다. 서울과 면적(605.27㎢)은 비슷한데 인구(1046만명)는 절반 수준이다. 이곳 처치 거리(Church Street)에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법인 ‘삼성 허브’가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싱가포르는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동남아 시장의 ‘창(窓)’ 역할을 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동남아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일 때 가장 먼저 싱가포르에서 출시하고, 이곳에서의 성패는 곧 동남아 시장 전체로 연결된다.
지난 7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컨벤션홀. 삼성전자가 개최한 ‘2011 해외지역 포럼’에 현지 언론과 거래처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했다. 해외 지역 포럼은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대만 언론 및 거래처 등을 초청해 주요 제품을 선보이고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다. 지난해 동남아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반응이 좋아 올해 또 개최했다. 동남아 시장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6%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스탠리 고흐 마케팅 디렉터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대만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글로벌 매출 1358억 달러(153조원)를 달성했다”며 “동남아 시장에서 TV 시장 점유율은 25%로 성장했고 휴대전화와 냉장고, 세탁기는 2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TV, 태블릿PC 등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면서 프리미엄 및 대량판매 시장의 제품 구성을 최적화해 1위 업체로 발돋움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과 거래처 관계자들은 포럼이 끝나고 삼성전자 측이 마련한 전시관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카메라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듀얼코어를 탑재해 한층 빨라진 ‘갤럭시S 2’와 10.1인치 태블릿PC ‘갤럭시 탭 10.1’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다음 날 싱가포르 대형 쇼핑몰 ‘비보시티’ 2층에 있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를 찾았다. 464㎡(140평) 규모에 TV, 모니터, 노트북,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신제품을 직접 만지고 써볼 수 있도록 진열해 놨다. 이곳을 찾은 스테파니(22·여)는 “갤럭시S는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갖고 싶은 제품으로 꼽힌다”며 “고급스런 이미지가 있는 데다 품질도 좋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한 달 평균 3만5000명에 이른다. 싱가포르의 전자제품 매장이 대부분 오전 11시쯤 여는 것을 감안하면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매장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10대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매장 매니저 브렌든(30)은 “싱가포르에서 삼성의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비보시티 외에 오차드 로드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에 총 50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가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TV와 휴대전화가 특히 인기가 많다. TV는 수량 기준으로 지난해 시장 점유율 30.8%를 달성했고, 휴대전화는 28.1%를 기록했다.
생활가전 부문도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양문형 냉장고는 2007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30%를 기록한 이후 2010년 36.5%로 4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모델 ‘NW2-FDR’은 싱가포르 디바 어워드(Diva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가전제품으로는 첫 수상 사례다. 호주에서도 2008년 23%였던 양문형 냉장고 시장 점유율이 2009년 33%대로 성장하며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은 태국을 중심으로 선전해 리딩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 동남아 법인 관계자는 “TV와 휴대전화만큼은 퍼스트 러너(first Runner)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제는 어떻게 소비자층을 넓힐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글·사진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