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일본 경제 침몰이냐 새로운 기회냐… 고베 대지진 이후 급반등 전례

입력 2011-03-15 19:05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면서 일본 경제가 어디로 갈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 마비, 폭넓은 피해지역,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등을 감안할 때 한동안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고베 대지진 때처럼 대규모 뉴딜정책과 재건 특수가 맞물리면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경제 침몰하나=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11일 “일본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지진을 맞았다”고 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고 있는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재앙이 닥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2.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225.9%에 이른다.

일본 경제는 국가부채 증가, 재정적자 지속 등으로 정부의 투자 여력이 좁아지면서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일본 정부가 부담할 복구비용만 3조∼5조엔(400억∼600억 달러)으로 추정했다.

재정을 이용한 피해 복구와 경기 부양이 힘든 상황에서 생산, 수출, 소비, 투자 위축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일본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복구비용을 지출할 경우에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국채 금리 상승)은 물론 경제 전체 활력 감소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생산 시설 파괴, 제한 송전 등으로 산업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일본 경제는 적어도 3분기까지 성장률이 급락할 우려가 높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1.6%보다 낮은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등의 기회 오나=고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고베시가 속한 효고현은 가죽생산·가공업, 철강·조선업 등이 주력이었다. 효고현 1곳이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1995년 당시 4%에 달했다.

반면 이번에 피해를 입은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은 정보기술산업과 농업, 임업이 주력이다. 2007년 기준으로 3곳이 일본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의 경우 비중이 1.7%에 그친다.

이 때문에 미국 케이블방송인 MSNBC는 고베와 비교해 인구밀도나 산업 비중 등이 낮아 피해 규모가 적고, 복구에 들어가면서 단기적으로 경제 전망이 밝아질 것으로 봤다.

또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가 가파르게 반등에 성공했다는 전례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는 복구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수출이 V자형 반등을 하면서 성장엔진에 불을 붙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경제는 만성적인 수요 부족이 큰 문제인데 복구 과정에서 고용 창출, 소비 증가 등으로 수요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