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글로벌 인플레이션 오나… 국제 곡물가 일제히 상승
입력 2011-03-15 22:41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되는 데다 일본이 경제 복구를 위해 대량으로 자금을 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이변과 미국의 2차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영향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이 농산물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국제시장에서 금 등 안전자산 수요도 더 높아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수입업협회 등에 따르면 일본이 지진 이후 안정적으로 식량공급을 하기 위해 조만간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으로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은 20%가량에 해당하는 농축산물 피해를 입은 데다 12개 항구만 피해를 입어 곡물운송이 생산만큼 악영향을 미칠 상황은 아니라는 게 반영된 것.
일본 대지진 직후 국제 곡물가격은 일본의 수요 감소와 세계성장 둔화 예상으로 일제히 하락했었다. 일본은 미국 옥수수의 최대 수입국이고 대두는 세 번째로 많은 양을, 밀 역시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현지시간) 국제선물시장에서 밀(5월물) 가격은 2센트(0.3%) 상승한 부셸당 7.207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2년 만에 가장 큰 폭(14%)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옥수수(5월물)의 경우 1.75센트(0.3%) 상승한 부셸당 6.66달러에 거래돼 지난 3일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올랐다. 대두(5월물)는 5.5센트(0.4%) 상승한 부셸당 13.40달러에 거래됐다. 일본 지진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2% 올랐다.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으로 런던현물시장에서 금값도 상승했다. 금값은 전날보다 10.75달러(0.76%) 오른 온스당 1422.25달러에 거래됐다.
수입업협회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다가 일본 지진 이후를 보고 농산물 일부 품목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 피해가 워낙 커서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있지만 경제회복을 위해 일 당국이 엄청난 자금을 시중에 풀기 때문에 조만간 국제 원자재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복구 수요뿐만 아니라 풍부한 엔화가 유가 및 곡물가 상승을 끌어낼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9%로 2009년 2월(18.0%) 이후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이명희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