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일본발 금융시장 쇼크… 천문학적 돈 투입도 ‘닛케이 수직 낙하’ 못막아
입력 2011-03-15 22:40
일본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일본 금융시장은 향후 전망이 무의미할 정도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15일 아시아 주요 증시들도 전날과 달리 2∼3% 이상 떨어지면서 동조현상을 보였다. 일본은행은 전날 21조8000억엔 투입에 이어 20조엔(2450억 달러) 추가 투입 계획까지 내놓고 있지만 단시일 내 금융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증시 날개 없는 추락=노다 요시히코 일 재무상은 이날 증시가 수직낙하하자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절하했다. 그러나 이날 일본 증시는 ‘무차별 투매장’이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16일(-11.40%) 이래 최대 낙폭인 10.55% 떨어졌다. 장중 하락폭은 14.4%나 됐다.
도쿄주식거래소(TSE)는 토픽스지수가 14% 급락한 725.90을 기록하자 즉각 주식 차익거래를 정지시켰다. 오사카 주식거래소에서는 선물거래에 수차례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전날 약보합세를 보였던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5.3%까지 떨어졌던 대만의 가권지수는 3.35%, 홍콩의 항셍지수는 2.86% 각각 하락한 채 마감했다. 중국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1.41%, 싱가포르 종합지수는 2.86% 각각 떨어졌다. S&P/ASX200지수가 2.1% 급락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호주는 환율 충격까지 경험했다. 호주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1.5% 떨어진 99.25센트를 기록해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경제 충격이 수 주 내 아시아 전역에 파장을 일으켜 물가 상승으로 고전하는 아시아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동성 대책 왜 안 먹히나=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5일 오전 8조엔을 추가 투입했으나 증시 폭락세에 16∼17일 이틀간 12조엔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자산매입자금을 포함한 21조6000억엔과 함께 무려 41조엔 이상이 불과 나흘간 풀려나가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유동성 대책이 먹혀들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돈을 풀었지만 0∼0.1% 내에서 잡혀야 할 하루짜리 콜금리가 0.13%까지 오른 데서도 불안 정도를 알 수 있다. 14일 하루에만 기업과 개인들의 자금 인출 수요가 9조엔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여기에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채무상환 및 결제용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마사키 가노 JP모건체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당국이 좀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기획을 놓치고 있다”면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아직은 관망세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무디스는 “대지진이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정부 채권 매입을 이 같은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