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미나미산리쿠 ‘실종’ 1만명 중 2000명 생존 확인

입력 2011-03-15 22:53

지진·쓰나미가 강타한 일본 동북부 지역에 대한 구조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시신이 속속 수습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5일까지 확인한 사망·행방불명자만 1995년 한신 대지진 사망자(6433명)를 넘어선 1만119명으로 집계됐다.

◇공식 사망자 1만명 넘어=일본 경찰청은 15일 오후 8시 현재 사망자가 3373명, 행방불명자가 6746명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재해로 사망 및 행방불명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2차세계대전 뒤 처음이다.

미야기현 나토리(名取)시 유리아게 지역에선 13개국에서 파견된 구조대가 수색 활동을 벌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셰퍼드가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다 짖기 시작하면 구조대가 잔해를 들어내고 시신을 찾았다. 한 구조대원은 “생존자 발견 가능성은 낮다. 지금까지 찾아낸 건 시신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에선 한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생사를 알 수 없던 1만여명 중 2000여명이 피난소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이곳 전체 주민 1만7600명 가운데 8000여명은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다.

자위대 10만명을 비롯한 각국 구조대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지만 피해가 워낙 막대해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날 미야기·이와테현 곳곳에 비가 내려 구조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16일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구조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람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에선 20대 남성이 지진 발생 96시간 만에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는 다리를 다쳐 건물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테현 오쓰치(大槌)에선 75세 여성이 자신의 집 2층에서 92시간 만에 구조됐다. 저체온증 상태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난소 포화 상태=시신은 바닷가에서, 산사태로 인한 흙더미 밑에서, 건물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참혹한 모습에 구조대원과 외신기자까지 할 말을 잃었다. AP통신은 “시신 수백구가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고 미야기현 다가조(多賀城)의 광경을 전했다.

시신 처리 능력을 넘어서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사의 신원 확인만 거치면 별도 허가 없이 화장이나 매장할 수 있도록 특례 조치를 내렸다. 경찰청은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중보건 문제로 시신을 자체 매장하겠다고 밝혔다. 발견된 시신 중 유족이 찾아간 건 420구에 불과하다.

고립된 마을의 피난소는 물과 음식, 전기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다가조 지역의 세넨 병원은 수백명이 물이 끊긴 화장실을 며칠간 이용해 악취가 진동한다고 AP는 전했다. 이곳 환자 200명 중 90세 이상 4명이 지진 발생 후 숨졌다.

몇몇 피난소는 포화 상태다. 미야기현은 이재민을 야마가타현 등 이웃 현으로 옮기는 일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