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250명 살던 ‘사이토’ 통째로 사라졌다
입력 2011-03-15 18:55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70여 가구 250여명이 살던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의 작은 마을 사이토(西都)가 통째로 사라졌다.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 나흘째인 14일 사이토는 죽음과 잔해만이 가득한 황량한 달 표면 같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곡괭이로 잔해를 뒤적이는 구조대의 모습은 흡사 아무것도 없는 달에 착륙한 우주인을 연상시켰다.
이곳에는 전력도 식수도 없다.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밤은 칠흑같이 어둡다. 가게도 빌딩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이 마을 주민 아베 도시오(70)씨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베씨는 지난 11일 오후 정원을 돌보다가 진동을 느꼈다. 곧 마을 전역에 사이렌이 울렸고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2㎞를 달렸다. 가까스로 언덕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물결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마을을 덮쳤다. 2층 높이의 해일은 다리를 삼켰고 집을 강타했다. 생활터전이 뿌리째 뽑혔다. 그는 “한번도 이 지역에 쓰나미가 닥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이 마을 주민 건축가 오야마 다카오(48)씨는 부서져 버린 3층짜리 건물을 가리키며 “여기가 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라고 전했다. 기차역이던 자리에는 기차도, 역도, 철도도 사라졌다.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신 몇 구만을 수습했을 뿐이다. 오야마씨는 “사라진 사람은 많은데 시체를 몇 구 못 건졌다. 바다로 휩쓸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