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황세원 기자, 이치가와 르포… 도쿄 저녁이면 정전 사재기로 식료품 동나

입력 2011-03-15 22:45

14일 오후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을 때 입국장은 전에 없이 한산했다. 인천발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가운데 기자가 속한 국제구호 비정부단체(NGO) ‘해피나우’팀 다섯 명과 여성 몇 명만이 심사대를 통과했다. 도쿄와 인접한 지바현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센다이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목적을 띠고 온 팀이기에 도쿄 도심보다는 외곽에서 물품을 구하자는 의도였다.

지바현 이치가와(市川)역 앞 번화가에서도 지진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마트에서 생수는 한 사람당 2ℓ들이 6병밖에 살 수 없었고, 컵라면 우동 카레소바 등을 파는 즉석식품 매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오후 6시30분 정부 발표대로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되고, 대형 마트들이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쿄 분위기는 다소 심각하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었다. 저녁이 되면 정전이 되면서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쿄 중심가가 텅 빈다고 한다. 대형 마트에선 사재기로 인해 선반이 텅 비기 일쑤다. 도쿄 에도가와구에 살고 있는 도쿄성광그리스도교회 신복규(58) 목사는 “집 앞의 작은 마트에는 식료품이 거의 없다”면서 “먹을 것을 못 구해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때는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1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뒤로는 도쿄 시민들의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졌다고 현지 교민들이 전했다. ‘안전신화’가 무너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다.

구호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트럭을 빌려 식료품과 휴지, 생수 등을 싣고 갈 계획이었지만 물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구호팀은 다음날인 15일 아침 간신히 7인승 승합차를 빌릴 수 있었다. 컵라면은 1인당 12개들이 한 상자씩, 생수는 500㎖ 3병씩밖에 구하지 못했다. 비상용 휘발유를 넣을 플라스틱 통도 다 팔리고 없었다.

센다이 사랑의교회 안중식 선교사는 “휘발유를 구할 수 없다면 오지 마라. 여기서는 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