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일본 대지진에 한국 찾던 일본 관광객들 ‘썰물’… 명동엔 발길 ‘뚝’ 남대문시장엔 ‘중국어’만
입력 2011-03-15 22:00
15일 오후 서울 명동. 평소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화장품 가두점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평상시보다 눈에 띄게 조용해진 상가 곳곳에서 이따금씩 일본인이 지나갈 때마다 일본어로 손님을 부르곤 했지만 막상 상점으로 들어가는 일본인들은 거의 없었다.
이곳의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 월드점 김철 점장은 “일본인 단골 고객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었더니 ‘이번 달 한국에 방문하려고 했지만 당분간은 힘들 것 같고 본국 상황이 안정되면 가겠다’고 말한 손님도 있었다”며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는 한국행을 취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점장은 “앞으로 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리퍼블릭 월드점을 찾는 일본인 방문객은 평소보다 20%가량 줄었다고 한다. 이곳은 매출에서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로 하루 평균 1000∼1500명의 일본인이 방문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일본인보다 중국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근처의 한 국수집. 일본인 관광객 시라즈치 아키코(48·여)씨는 지진 이야기를 물으니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키코씨는 “함께 오기로 한 친구 한 명은 지진이 난 지역의 친구 걱정 때문에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며 “예약을 해 놓은 것이라 오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 국수집도 평소보다 일본인 손님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썰렁하기는 남대문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필수 관광코스 가운데 한 곳인 남대문시장에도 일본인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시장 에서는 일본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려왔다. 남대문시장에서 8년째 가방을 팔고 있는 권모(45)씨는 “일본인 손님이 하루에 40∼50명 정도씩 오는 편이었는데 지진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며 “날씨가 추웠던 때보다 지금 일본인 손님이 더 적게 온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면세점도 비슷한 분위기다. 일본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이던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은 평소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면세점에서 쇼핑하던 일본인 관광객의 표정도 활기가 덜 했다. 관광을 오기는 했지만 본국의 어려운 상황 탓인지 쇼핑을 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 고베에서 온 기리마 아리(21·여)씨는 “얼마 전 직장을 구한 것을 기념해 친구들과 여행을 오게 됐지만 지진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고 마음이 아프다”며 “예약을 취소할 생각도 했지만 지진이 난 지역의 친척과 친구들이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로 면세점 매출도 줄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14일 일본인 관광객의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면세점 업계는 앞으로 매출이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 신라 등의 면세점 매출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주말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던 관광객들 때문인지 매출 감소율이 1% 정도였는데 월요일엔 눈에 띄게 매출이 줄었다”며 “일본인 고객을 대상으로 지진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