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해결사 DNA… 강간살인범 ‘화들짝’ 13년 만에 자수
입력 2011-03-15 18:40
사람마다 모두 달라 ‘인체 지문’으로 불리는 DNA 채취로 미궁에 빠졌던 13년 전 미성년자 강간살인 사건이 해결됐다.
1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1998년 11월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화장실 앞에서 A양(19)을 한 차례 성폭행하고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B씨(33)를 14일 기소했다. B씨는 2000년 9월 다른 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경북직업훈련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A양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아 1999년 6월 부평경찰서에서 미제 처리됐다. A양 치마에서 범인의 정액이 발견됐지만 당시는 DNA 채취에 대한 제도적 시스템 미비로 범인 검거가 쉽지 않았다.
공소시효(15년) 만료를 불과 2년 남기고 B씨가 진범임을 확인한 건 지난해 7월 시행된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덕분이었다. 이 법에 따라 대검은 살인, 강도, 성폭력범 등 흉악범 1만8575명의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해 관리해 왔다.
별건의 강도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B씨는 DNA 채취 대상이 되자 지난 1월 A양 살해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먼저 자수했다. 의성지청은 대검 DNA분석실에 A양 치마에서 검출된 정액과 B씨 DNA의 비교 분석을 의뢰, 정액이 B씨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B씨는 검찰 조사에서 “DNA 채취가 없었다면 자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대검 관계자는 “DNA 데이터베이스 제도 시행이 더 늦었다면 이번 사건은 공소시효 완료로 영원히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DNA를 통한 범인 검거 가능성이 높아지자 범인들이 중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범행을 자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해 7월 제도 시행 후 확보된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지난 8개월간 살인 2건, 강도 2건, 성폭력 10건, 절도 73건 등 모두 78명이 저지른 87건의 미제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