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방사능 엑소더스’… 항공편 못구해 노숙
입력 2011-03-15 23:09
피폭 우려 고조에 주민들 필사의 탈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필사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제1원전 1∼4호기가 잇따라 폭발한 데 이어 2호기의 격납용기 손상이 알려지면서 피폭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민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인적 끊긴 후쿠시마 시내=최악의 방사능 누출이 우려되는 후쿠시마 시내는 15일 인적이 끊겼다. 특히 이날 정부가 원전으로부터 반경 20∼30㎞의 주민들은 외출하지 말고 실내로 대피하라고 지시해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집에서 숨죽이며 TV방송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경 20㎞까지의 주민 18만5000여명의 대피는 완료된 상태다.
특히 이 지역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로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방사성 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빗물에 섞여 땅으로 내리면 방사능 오염도가 심해진다는 기상청 발표에 따라 비에 젖는 것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추가 대피명령이 내려질 경우 곧바로 피난할 수 있게 짐을 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쿠시마를 탈출했다고 해도 대부분 수십㎞ 떨어진 곳의 초등학교 등 임시 대피소로 피하는 게 고작이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예방 차원에서 방사성 물질 중화제인 요오드제 23만병을 임시 대피소 등에 배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후쿠시마 공항은 북새통=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해 후쿠시마 국제공항으로 계속 몰려들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주유소마다 기름이 동나 자동차로는 장거리를 떠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공항은 이날도 도쿄 오사카 등 방사능 위험이 적은 지역으로 떠나려는 주민 수백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한 줄도 장사진을 이뤘다. 전화나 인터넷으로는 예약 자체가 안 돼 주민들이 공항에 직접 나왔다. 며칠째 노숙생활을 이어가는 주민 상당수는 TV를 통해 원전 관련 뉴스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후쿠시마 공항에선 이날 도쿄행 2편, 오사카행 2편, 나고야행 2편, 삿포로행 3편 등 총 9편의 항공기가 이륙했다. 전날 17편에 비해 적은 편수여서 주민들을 모두 태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후쿠시마 공항에 항공편이 평소보다 적은 건 구조활동을 위한 항공기와 헬기가 몰려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각국 긴급구조대를 수송하는 항공기가 몰리면서 착륙 순서를 기다리느라 공항 상공을 30여분간 배회하는 상황이다.
한편 잇달아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이 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가입한 원전보험의 보상 대상에 지진이나 쓰나미로 인한 재산 피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해 피해 주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
◇안전지역을 향한 엑소더스=후쿠시마 인근 미야기(宮城)현의 센다이(仙臺)에서도 이날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긴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직접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수백명이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센다이 지역은 이번 지진·쓰나미의 최대 피해지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근 야마가타(山形)현 야마가타시에 가기 위한 것이다. 센다이 공항이 완전히 폐쇄돼 국내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야마가타로 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