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1명당 탈출 비용 200만원… 센다이 교민들 “한국, 전세기 보내 줬으면”
입력 2011-03-15 18:21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잇달아 폭발하자 인근 센다이 지역 한인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이 내륙풍을 타고 각지로 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다 15일 이 지역에 비까지 내리자 방사능 감염에 대한 교민들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교민들은 대부분 일본 탈출을 결심했지만 비행기 편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여건이 안돼 발만 구르고 있다.
센다이 영광교회 이근배 선교사는 “식량 공급이 안돼 매일 마을 식료품점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이젠 방사성 물질 감염 걱정까지 떠안게 돼 많은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고 했다.
2006년 일본으로 이민 온 유희순(53·여)씨는 “센다이 지역은 방사능 유출지역인 후쿠시마에서 8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불안해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시어머니가 위독한 상태로 입원 중이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미야기노(宮城野)구에 있는 집이 쓰나미로 완전히 침수돼 사이와이(幸)초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씨는 “오전에야 휴대전화 신호가 잡혀 이번 사태 이후 처음 한국에 있는 딸과 통화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반갑고 보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가격이 워낙 비싸 한국행 비행기 표를 구할 엄두조차 못 내는 교민도 있었다. 이즈미(泉)구에 사는 이숙현(41·여)씨는 “비행기값을 포함한 한국행 비용이 1명당 15만엔(한화 약 200만원)이나 돼 4인 가족이 나가려면 800만원이나 든다”며 “한국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식당에서 일하며 한 달에 10만엔을 벌어 생활하는 처지라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사이와이구에 사는 김성희(43·여)씨는 “방사능 유출에 비까지 내려 마스크와 비옷이 필요하지만 물품 보급이 안돼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며 “먹을 게 다 떨어져서 피난소에서 주는 식빵을 아껴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정부가 전세기라도 보내 교민 구출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영사관 관계자는 “영사관에 찾아오는 한국인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지만 비옷 공급은 힘들다”며 “영사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고립된 교민을 위해 긴급 물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