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이웃 고통이 보일때, 내 안에 하나님 계신다…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

입력 2011-03-15 18:17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짐 팔머 지음, 정성묵 옮김/청림출판

어느 날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가 불현듯 아이를 향한 무한한 사랑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귤빛 노을을 바라보다 괜스레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라면, 텔레비전 화면으로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커다란 눈망울을 한 아이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내 안에 사랑이 있음을 안다. 그 사랑이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바로 내 안에 있다.

저자는 종교가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던 맹목에서 벗어났을 때, 성경이 바로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던 어리석음에서 깨어났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하나님에 관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든지 토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는 신학 학위를 가진 엘리트 크리스천이었고, 담임목사로 7년간 섬겼던 교회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조직이었다.

그러나 그는 교회를 떠났다. 그가 교회를 떠난 이유는 자신이 신도들을 오히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뼈아픈 각성 때문이었다. 그가 이끌었던 교회는 기업과 다름없는 조직이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교회를 장소나 프로그램 혹은 조직으로 생각했던 것이 너무도 우습다. 이런 식으로 교회에 참여해 왔던 25년의 세월이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전문 목회자의 길에서 걸어 나온 그는 평신도로서 살아가기로 했다. 교회에 가기 위해 종종걸음 하느라 그냥 지나쳤던 이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이웃들은 서로 사랑하고 섬기며 서로를 가르치고 격려한다. 필요할 때는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서로의 짐을 함께 져준다. 한마디로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교회임을 그는 깨달았고 이 깨달음은 내적 혁명을 불러왔다. 저자는 몇 년 사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본질적인 것들이 바뀌었다. “내게는 하나님에 관한 교리보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더 본질적이다.”

또 교회 밖에서, 세상 속에서, 내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한 저자는 이제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인다고 고백한다. “교회의 핵심은 관계다.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이다. 내가 볼 때 교회는 언제 어디서나 여러 모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누구와도 함께 교회를 이룰 수 있다. 하나님은 남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가운데 교회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무한히 주신다.”

저자는 계산대에 서 있는 뚱뚱하고 지저분한 여자에게, 소포를 배달해 주는 후줄근한 차림의 늙은 남자에게, 상대편 축구 응원단의 거친 남자에게서 완벽한 사랑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본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것은 그들을 행한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내 안에서 흘러나간 사랑이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악을 물리치고 결국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한편 책은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 이라크의 쿠르드족 학살, 종교 간 증오와 갈등 등 세상의 깊은 상처들을 응시하고 치유의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다. 그것은 이상주의자의 낭만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며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