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고상두] 리비아 급변사태와 유럽의 대응
입력 2011-03-15 18:20
금년 초 튀니지의 과일 노점상 청년 분신자살 이후 중동 전역에서 연쇄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의 결과는 다양하다. 독재자가 물러나거나 민중시위가 실패로 끝났으며, 리비아에서는 내전이 발생했다. 부족 중심적 사고가 강한 리비아가 그동안 국민 공동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국가건설에 실패하였음을 말해준다. 국민이 존재해야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빈곤이 반드시 물질적인 결핍에서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선진국에 비해 가난한 개도국에 자원이 더 풍부하다. 인구 600만명의 리비아는 석유 단일경제 국가다. 국민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3%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실업률이 30%에 달한다. 인간자원도 개발되지 않아 문맹률이 25%에 이른다.
북아프리카는 유럽의 핵심이익 지역이다. 유럽은 중동보다 북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가 생산하는 석유의 85%가 유럽으로 수출된다. 유럽의 주요국들은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석유를 구매하고 무기를 공급하는 거래로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유럽이 리비아의 안정을 원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난민문제 때문이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경제난민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급변사태로 인하여 난민이 봇물처럼 밀려오게 되었다. 따라서 리비아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유럽이 고심하고 있다.
서로 다른 佛·獨 외교정책
그런데 사태해결 방식을 두고 유럽 외교정책이 분열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신속한 군사개입을 제안하고 있다. 유엔의 승인이 없더라도 아랍연맹과 같은 지역기구의 요구가 있으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프랑스는 가장 먼저 벵가지의 반군정부를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현재 극우정당의 르팽 당수보다 지지율이 낮으며, 리비아 난민의 대량유입이라는 사태를 막으려고 한다. 지난해 그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루마니아 집시를 추방했다.
독일은 대다수 유럽 국가들과 함께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미국이 이라크 에서 겪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유엔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며, 아랍연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반군정부를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독재에 저항한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세력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은 동서 분단, 실패 국가, 테러 온상이라는 3가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은 프랑스로부터 북아프리카 정책의 주도권을 넘겨받으려고 한다. 중동의 혁명사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한 유럽연합 지중해 협력계획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재스민 혁명 직후 독일의 외무장관, 경제장관, 대외원조장관이 튀니지와 이집트를 방문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연계하여 경제원조, 농산물 수입완화, 외국인노동자 취업허용, 유학생 지원 등을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제국주의 과거가 없는 독일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한다.
우리도 독일모델 활용해야
리비아 급변사태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행보는 개발원조를 크게 확대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 급변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서 독일 모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거의 동시적으로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두 가지 가치를 결합한 협력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해외원조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고상두(연세대 교수·유럽지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