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요트를 귀족 스포츠라 할텐가… ‘초보 단계’ 해양레저산업, 개발 시급
입력 2011-03-15 21:35
요트 등 해양레저선박 세계시장 규모는 대형선박제조업인 조선업(600억달러)에 못지않은 5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연간 생산 대수는 대형선박이 2000척인데 비해 소형 레저선박은 100만척에 이른다. 대형 조선업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지만 레저선박 건조와 해양레저산업은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한국의 소형레저선박 수출액은 연간 100억원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0.02%)은 미미한 수준이다.
요트를 즐기는 해양레저시대가 본격화된다는 말은 새로운 성장산업인 해양레저산업의 도래를 뜻하기도 한다. 해양레저산업이란 요트를 포함한 레저보트 제조업과 레저보트 수입, 정비, 교육훈련, 관광 등 서비스업, 종합 마리나개발·운영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고부가 산업이다.
◇요트 세계시장=중대형 요트 제조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전유물이다. 미국이 연간 생산 2만척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7900척), 영국(3300척)이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까지 연산 2만척에 달했으나 지금은 1500척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레저보트 생산업체는 미국이 1100개나 된다.
레저보트 보유현황을 봐도 미국은 1700만척, 스웨덴은 133만척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해도 1만척 규모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나 레저수요 변화를 감안할 때 레저보트 산업은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대형 조선업이 중국에 점차 밀리는 상황에서 고부가산업인 해양레저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 영국도 한때 대형 선박 세계 1위국이었지만 일본과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뒤 해양레저산업 육성으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한국 해양레저산업=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의 해양레저산업체 수는 50개 내외로 1000명 미만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 이 중 레저전문 선박제조업체는 6개, 부품사는 40개 정도다. 현대요트, 푸른중공업, 광동FRP, 암텍, 우남마린 등이 대표적인 요트제조업체다.
1970년대 중반부터 OEM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하던 현대요트는 90년대 중반 철수했다가 2008년부터 자체 브랜드로 다시 수출전선에 뛰어들었다. 푸른중공업은 철로 만든 고급요트 시장을 겨냥하고 있고 광동FRP는 호주 업체와 OEM수출 계약을 끝내고 요트제조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푸른중공업은 목포에 이어 거제도에도 요트제조공장을 만들기 위해 이미 부지 매입을 완료했고 광동FRP에서 제조한 ‘샹그릴라 3호’는 제주 중문에 위치한 퍼시픽랜드에서 요트관광용으로 취항 중이다.
해양레저산업은 요트제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하기계는 요트수입판매, 요트정비, 마리나, 요트빌라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종합해양레저기업인 C K 마린은 마리나 설계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리모델링에 참여했고 요트계류장에 사용되는 강화 콘크리트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마리나 건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선진국의 국내시장 진출=선진국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해양레저시장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세계유수의 업체들도 경기도와 경남도에서 열리는 국제보트쇼에 적극 참여하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지 오래됐다. 이들 해외업체들은 한국의 해양레저시장 규모가 커져 2012년도에 7000억원대의 보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은 이달 들어 정부와 요트제조사연합회(일본주정공업회)가 합동으로 시장 조사단을 국내에 파견, 국내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일본주정공업회 고문인 나카가와 히로시(61)씨는 “일본은 최근 들어 수요급감으로 레저선박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한국과 중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의욕적인 투자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국내 해양레저산업 수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시장은 해외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변할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국내 해양레저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획한 전국 43개 마리나 항만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요트를 ‘귀족스포츠’로 인식하는 그릇된 문화도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들어 연간 1500척씩 국내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레저보트는 300만∼300억원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조선업, 자동차산업, IT기술 등을 결합하면 단시간에 최고수준의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