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85)
입력 2011-03-15 11:21
불운도 인정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즐겨라
바로 직전 라운드에서 스윙 감을 완전히 잡고 이제는 베스트 스코어 달성이 바로 코 앞에 다다른 것 같았는데, 동반자들에게 화려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갔다가 초주검이 되어 돌아오듯 소위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경험을 골퍼들이라면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왜 이러지? 도대체 잘못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라는 경험 또한 많이 있었을 것이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머피의 법칙이 자신에게만 일어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동반자는 크게 실수한 티샷이 나무 맞고 페어웨이에 들어오고, 카트 도로에 맞은 볼이 그린 쪽으로 몇 십 미터를 굴러가는데, 나는 실수하면 내 볼은 나무 뒤에 숨어 한 타 손해 보게 만들고, 카트 도로에 맞은 볼은 튀어서 경사면에 걸리거나 티잉 그라운드 쪽으로 10미터는 굴러 내려온다는 것처럼...
골프는 인생과 같다고 하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원로 프로 리 트레비노가 말한 것처럼 '골프가 공평하지 않다면, 과연 인생은 공평할까?' 골프도 인생과 같아서 좋은 때가 있고, 나쁜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골퍼들은 라운드 중에 불운을 인정하는 법을 모른다. 현명한 골퍼라면 자신에게만 불운이 몰려오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타계한 원로 프로 하비 페닉의 충고처럼 '골프에는 언제나 good breaks 와 bad breaks가 있다'는 것을 알고 플레이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길게 보아서 게임 매니지먼트에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사려 깊은 골퍼는 해저드이건 나쁜 바운스이건 모든 것이 골프 게임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플레이 하는데, 그렇지 못한 보통의 아마추어들은 화를 내거나 크게 낙담하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작은 난국을 큰 재앙으로 변하게 자초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보기 할 것을 더블파 했다'고 비통해 하면서….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 자신도 최초 10여 년은 머피의 법칙을 믿는 보통 골퍼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나름대로 몇 가지 생각과 다짐을 하면서 내 골프에 감사의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 골프는 감사하며 즐겨야 한다.
게리 플레이어가 한 명언 'Happy golf is good golf.'라는 말을 늘 마음에 품는다. 코스의 악동이라는 존 댈리조차도 '골프는 인생과 똑같이 즐거워야 한다 (Golf, like life, should be enjoyable)고 했다. 나도 과거에는 골프의 행복을 스코어에서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골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라운드 그 자체를 즐기며 플레이를 하자 스코어가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2. 골프는 실수의 게임인 것을 인정한다.
자신의 실력과는 무관하게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거나,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오비 구역이나 해저드에 볼을 쳐 넣으면 유독 화를 많이 내고 허물어지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나는 설사 그런 대형 사고가 나더라도 한 라운드의 10여 개 실수 중 불운하게도 그런 큰 실수가 하나 나왔다고 인정하고 곧 잊어버린다. 그런 덕분에 짧은 퍼트를 놓친 에 다음 홀에서 티 샷을 크게 실수하는 일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3. 지난 홀을 두고 슬퍼하거나, 다음 샷을 걱정하지 않는다.
영국 속담에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지난 홀의 참사 때문에 울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한 번 적힌 스코어는 지울 수 없다. 다음 샷을 두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샷에 잘 집중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하지 아니 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살전 4:13)
4. 같은 값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동반자가 먼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 많은 골퍼들은 '어이쿠, 나는 안 들어가겠네'하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얼마 전 라운드에서 동반자가 긴 퍼팅을 성공하고 파를 세이브했다. 나는 6피트짜리 파 퍼팅이지만 경사가 심해서 1피트 이상 위쪽을 향해 스트로크 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였지만, "좋은 모습 보았으니 저도 따라서 넣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파 세이브 하였다. 그러자 1미터 남짓의 짧은 퍼트를 남긴 동반자 Y가 '아이고 구멍을 다 막으셔서 이것 안 들어가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짧은 퍼트는 결국 홀을 스쳐 지나갔다.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