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이건희 회장 낙제 발언 서글퍼”
입력 2011-03-14 21:32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색한 평가와 관련,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윤 장관은 국회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 회장의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낙제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의 총수가 낙제 점수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면서 “참으로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석학과 국제금융기구도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한국의 위기탈출에 바탕이 됐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낙제점을 면할 정도의 경제정책을 구사하는 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동반성장위원장인 정운찬 전 총리가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는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대기업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수요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는 것과 공정경쟁 차원의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며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다만 윤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의 정의와 이익의 분배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도대체 경제학에서 배우지 못했다”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회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현재 경제성장의 과실 상당 부분을 대기업들이 따가고 있다”며 “누구보다 경제회복의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총수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