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가수협회장이 말하는 ‘진짜 가수’

입력 2011-03-14 21:23


“슬퍼하는 사람과 아파할 줄 알아야”

‘세시봉 열풍’에 이어 기성 가수들이 가창력을 겨루는 MBC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화제를 모으면서 가수라는 직업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14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만난 가수 태진아(58·사진)는 “노래를 통해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할 줄 알고, 기뻐하는 사람에겐 즐거움을 주는 가수가 진짜 가수”라고 말했다.

태진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음악 프로그램 출연자가 아이돌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성인가요나 포크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설 무대는 점점 좁아졌다”며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세시봉 열풍 등의 현상은 다양한 음악을 듣고자 하는 시청자의 갈증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진아는 남진, 송대관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대한가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가수협회는 2006년 창립된 단체로 소속된 가수의 숫자가 1800여명에 달한다.

태진아는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 간의 마찰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걸그룹 카라 멤버 중 일부가 전속계약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을 빚자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소속사는 아이돌을 대접해주고, 반대로 소속 가수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회사에 감사해야 한다”며 “양측이 이런 마음을 갖고 조금씩 양보한다면 충돌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태진아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진행방식이 가수에게 굴욕감을 안겨준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정상급 가수 7명이 각각 배정받은 ‘미션곡’으로 공연을 한 뒤 ‘꼴찌’는 프로그램에서 퇴출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좀 더 큰 차원에서, ‘가수다운 가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갖는 긍정적 의미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전 그 방송 보면서 왜 이런 프로그램이 이제야 생겼느냐는 생각까지 들 만큼 좋았어요. 출연 가수들도 부담감을 갖지 말고,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노래 대결하듯이 편하게 즐겼으면 합니다. 저한테 만약 출연제의가 온다면 언제든지 오케이입니다.”

1973년 데뷔한 태진아는 내년이면 가수생활 30년을 맞는다. 무수한 노래를 히트시켰고,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을 가졌다. 그는 “데뷔 30년을 앞두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어느 세대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지훈 기자,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