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중앙銀 긴급자금 18조엔 방출… 일본판 뉴딜정책 시행

입력 2011-03-15 00:43


대지진의 여파로 14일 닛케이평균지수 1만선이 3개월여 만에 무너지는 등 일본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5조엔(약 1830억 달러)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시장에 풀고 경기부양을 위한 자산매입 규모도 5조엔 더 늘려 경제 충격 최소화에 나섰다. 이어 16일에도 3조엔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도 현재의 0∼0.1%로 동결했다. 일본 정부도 5조엔대의 재정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 패닉=이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는 개장 초부터 5% 이상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주말보다 633.94(6.18%) 급락한 9620.49로 마감했다. 닛케이와 함께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토픽스 지수는 7.49%나 빠진 846.96에 장을 마쳤다. 특히 개장 초 토픽스 현물지수가 75포인트 이상 빠지자 15분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해 온 일본의 굵직한 자동차·전자 업종 주가는 이날 추풍낙엽이었다. 자동차 회사 미쓰비시와 도요타 주가가 각각 11%, 7.9% 떨어졌으며 닛산 자동차 역시 10%나 빠졌다. 전자업계 1위 기업인 소니는 9.3%, 캐논과 파나소닉도 각각 6.2%와 8.3% 떨어졌다. 도시바와 히타치는 무려 16% 이상 폭락했다.

대형 금융회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즈호 금융그룹의 주가가 10.5%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미쓰비시 UFJ그룹과 SMFG도 각각 7.2%, 6.3% 하락했다. 반면 지진 피해 재건으로 인한 건설특수 기대감으로 하즈마, 구마가이 구미 등 건설업체 주가는 40% 이상 치솟아 대조를 보였다.

이날 각각 0.13%, 0.80% 오른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뉴질랜드(-0.60%) 호주(-0.40%) 대만(-0.56%)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쓰나미 폭탄에 천문학적 돈 폭탄=교도통신은 이날 긴급 보도를 통해 일본은행이 유동성 투입 규모를 기록적인 15조엔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앞서 “7조엔을 긴급 투입했다”고 밝혔다가 12조엔으로 늘릴 것이라고 수정했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두 차례나 번복하면서 유동성 규모를 늘린 것은 엄청난 재앙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 15조엔은 지난해 5월 남유럽 재정사태가 불거졌을 때 투입했던 5조엔의 3배나 되는 것으로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지진 피해로 인해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필요성이 생겼다. 15조엔 가운데 8조엔을 시중은행들이 신속히 융통할 수 있는 하루짜리 자금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일본 정부의 다급함을 설명해 준다. 1995년 고베 지진 당시 개인과 기업들의 예금인출 요구가 빗발쳐 현금수요가 크게 늘었던 경험도 한몫했다.

이와 함께 한때 급등세를 보인 엔화를 안정시킬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국가인 일본으로서는 엔화마저 치솟을 경우 독일 중국 한국 등과의 경쟁에 뒤져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충격의 정도는 공장 가동과 제품·서비스의 유통 등 실물경기 경색이 어느 정도까지 길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노무라 증권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피해가 전방위로 나타나 단기적으로는 고베 지진 때보다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피해로 일본의 올 경제성장률이 0.2∼0.3% 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카히데 기우치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 재건을 위해 5조엔을 투입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는 고베 지진 당시 규모 2조7000억엔의 배에 달하는 규모로 일본판 뉴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뉴딜 정책과 같은 방식의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과도한 피해복구 비용 투입으로 인해 재정악화도 불가피해 이미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재정적자 증가세가 일본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