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위 다시 불붙어… 사상자 속출

입력 2011-03-14 22:08

잠시 소강상태였던 중동 시위가 다시 격화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군 병력이 바레인 보안당국의 시위 진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바레인에 진입했다. 예멘에서는 시위 중 7명이 사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에서도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오만은 시위대에 대한 유화책으로 의회에 입법권을 부여했다.

◇다시 불붙는 중동 시위=사우디군 병력 1000여명이 바레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시위를 진압하러 13일 바레인에 도착했다고 AF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현지 일간 걸프 데일리뉴스도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연합 보안군이 시위대에 맞서 바레인의 주요 전략시설을 보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레인 야권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 군이 바레인에 들어온다면 바레인 국민은 그들을 점령군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국의 어떤 개입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진압에 외국 병력까지 동원된 것은 바레인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바레인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최악의 유혈 충돌 때문에 200여명이 다쳤다.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불붙고 있는 예멘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지난 12∼13일 7명이 숨졌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동안 시위 사망자는 30여명에 이르지만 살레 대통령은 7년인 임기가 종료되는 2013년 이전엔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내무부 청사 앞에서도 200여명이 모여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패 척결과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오만에서는 41년째 왕위를 유지하고 있는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의회에 입법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만 의회는 정책 자문기구로서의 역할만 했을 뿐 입법권은 없었다.

◇카다피군은 계속 반격에 성공=한편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부대의 맹렬한 공세에 밀린 리비아 반군이 “반군에 비협조적인 국가에는 원유 금수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반군 지도부는 카다피군이 벵가지까지 진격하면 50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반군은 이날 현재 카다피군 공세에 밀려 동부지역의 주요 석유 수출항인 브레가에서 더 동쪽으로 퇴각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