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저자 김영봉 목사 “십자가 지듯, 사랑은 아픔 함께 하는것”

입력 2011-03-14 17:28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IVP)는 연애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상처에 대한 치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위로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 김영봉(52·와싱톤한인교회) 목사의 말에 따르면 ‘악이 편만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가’가 이 책의 핵심 주제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하나님의 ‘아픈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김 목사를 만나 책뿐만 아니라 기도, 목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하는 사람은 왜 아파야 하는지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아픔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입니다. 사춘기 시절 사랑은 달콤하고 받기만 하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희생을 감내하고 기다려주고, 상대방의 아픔을 보며 기꺼이 나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도 아픈 사랑”이라고 했다. 그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십자가이고, 거기엔 극대치의 아픔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랑의 아픔’을 목회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목회자가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거나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마음먹으면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우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수록 아픔은 수반됩니다. 그 아픔을 통해 치유와 회복이 이뤄지고, 소통이 됩니다. 그것은 나를 죽이는 아픔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아픔인 것이죠”

김 목사는 ‘사귐의 기도’ 저자로도 유명하다. 10여년 전에 쓴 이 책에서 ‘만사를 변화시키는 기도’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는 기도’ 이전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기도의 참모습이라고 소개했었다. 하지만 김 목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책에서 지적한 내용이 거의 변화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에만 집착하고, 내 존재의 변화보다 내 소유의 변화에 머물고, 기도의 열심이 곧 이기심의 정도를 말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귐의 기도는 통성 기도, 침묵 기도라는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나오는 질서가 특징”이라며 “사귐의 기도가 깊어질수록 기도생활의 초점이 나보다는 하나님, 물질보다는 내 존재로 옮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협성대 교수였던 김 목사는 6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와싱톤한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소속의 이 교회에서 그가 부임하자마자 시도했던 것은 설교에 영화와 소설을 곁들인 이른바 ‘포스트모던 설교’. 2006년 ‘다빈치코드’에 이어 2007년엔 영화 ‘밀양’, 2009년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지금은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이 그의 설교에 등장하고 있다. 처음엔 “거룩한 강단에 웬 영화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 번 두 번 반복하는 동안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영화와 소설을 소재로 하되 철저히 성경 본문이 중심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그 전엔 교인들이 모이면 신앙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국 정치나 골프 이야기로 빠졌지만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신앙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던(modern) 목회가 목회자가 교인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것이었다면 포스트모던(post-modern) 목회는 교인들과 함께 질문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고 함께 자라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신앙생활을 예수 믿고 구원의 방주에 올라타는 종착 개념이 아니라 구원의 긴 여정을 동역자들과 함께 걸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구원의 여정을 교인들과 함께 걸어가는 것, 김 목사가 내린 목회의 정의이기도 하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