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교민·유학생, 한국행 항공편 못구해 ‘발동동’
입력 2011-03-14 21:48
일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과 유학생들이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지진 공포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도쿄 번화가인 지유가오카(自由が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현경(37·여)씨는 14일 “가족이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짐까지 다 싸놓았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카페 영업까지 중단한 이씨는 “원자력발전소까지 폭발해 매우 불안하다”며 “여차하면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대피할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있다. 아들이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공부하고 있는 정모(56·부산 동래구 명륜동)씨는 “학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하지만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 좌석은 남아도는데 귀국편은 구하기 힘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전해진 교민 사망 소식도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히로시마 총영사관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이바라키(茨城)현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이모(40)씨가 지난 11일 대지진 당시 추락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도호쿠(東北) 지방에 1만200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측 사상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전체가 파괴된 데다 낮은 인구밀도 등 지역 특성상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호쿠 지방은 전체 면적이 6만6889㎢로 한반도 면적의 30% 정도이나 센다이(仙臺)시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이 산간지역인 탓에 인구밀도가 일본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인 ㎢당 139.4명에 불과하다. 센다이시를 제외하면 강원도의 인구밀도(㎢당 약 90명)를 조금 웃도는 셈이다.
또 통신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도호쿠 지방에 골고루 퍼져 있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생존자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루에 한두 명 확인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