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손 놓쳐… 쓰나미가 딸을 휩쓸어갔다” 엄마의 통곡

입력 2011-03-15 00:39

구조현장의 애끊는 사연들

대지진과 쓰나미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일본 동북부 지역 생존자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살았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들은 코앞에서 가족과 친지가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뒤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빠졌다. 이들은 식수와 전기가 끊긴 대피소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14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등 200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140만 가구에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이와테현 미야코(宮古)시 다로(田老) 지역 피해 현장에선 할머니와 세 살짜리 손자가 꼭 껴안은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할머니가 손자를 단단히 끌어안고 있어 끝까지 지키려 한 것 같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이의 어머니인 20대 여성은 시신을 목격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이 여성은 “내가 일을 나가 할머니가 늘 아이를 돌봐줬다. 그래도 둘이 함께 발견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두 사람이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 같아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겠다”고 했다.

주민 2만여명이 쓰나미에 휩쓸린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의 에쓰코 오야마씨는 “쓰나미가 집을 덮쳐 물에 빠졌다. 위로 올라가려고 몸부림치는 순간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놓쳤다”고 NHK에 말했다. 그는 “나는 살았지만 딸을 살리지 못했기에 자갈밭으로 변한 도시를 보기 두려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지역 비상센터를 찾은 아베 유코씨는 “부모님과 형을 찾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살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전화가 안 돼 나도 다른 가족에게 내가 무사하다고 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에 사는 76세의 농부 가사마쓰 마사히라씨는 맨발에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린 채 걸어서 공항으로 향했다. 그의 발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미 시사주간 타임 취재진에게 “딸을 찾고 있다.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30년 동안 센다이 공항에서 일했던 딸은 10m 높이의 쓰나미가 공항을 휩쓸고 지난 뒤 소식이 끊겼다. 그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한 남성은 “지난 11일 쓰나미 경보가 울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노인과 장애인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아마 이들 대부분이 죽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