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굶주린 주민들 음식 찾아 쓰레기·진흙더미 전전

입력 2011-03-14 21:54

동일본 대지진 실종자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민들은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어지는 시신 발굴=미야기(宮城)현 대책본부는 14일 쓰나미로 폐허가 된 미나미산리쿠(南三陸)초에서 1000명의 시신을 한꺼번에 발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이들은 미나미산리쿠초 전체 주민 1만7000명 중 행방을 알 수 없는 1만명에 포함된 사람들로 추정된다. 오시카(大鹿)반도 해안에서도 약 1000구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이날 미야기현에서만 시신 2000구가 확인됐다. 13일 저녁 헬기를 타고 피해지역을 돌아본 미야기현 경찰책임자 다케우치 나오토(竹內直人)는 “도로가 손상됐기 때문에 사망자의 전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테(岩手)현 동부의 야마다(山田)초에서도 최소 6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야마다초는 7개 구역 중 5개가 폐허 상태여서 실종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2만3000명 중 1만7000명이 실종된 미야기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1만5000명 가운데 1만명이 사라진 이와테현 오쓰치(大槌)초 등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초 주민 4500여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인구 1만명의 마을인 오나가와는 마을회관이 해안에서 500m 위치에 있을 정도로 바다와 인접한 곳이다. 5580명은 마을 16개소에 대피했으나 나머지는 행방을 알 수 없다고 NHK는 전했다.

◇배고프고 목마른 피난민들=센다이(仙臺) 등 피해 집중 지역에선 쌀과 물 등 식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 대피소에 피신한 20대 남성은 “물과 음식을 찾으려고 2시간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파도에 휩쓸린 가게 근처에서 생수병 하나를 찾아 들고 있었다. 대피소 관계자는 “쌀이 매우 부족하다. 구호물자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테현 JR가마이시(釜石)역 부근 한 식품 창고에서는 주민 50여명이 진흙더미에 묻힌 음식을 꺼내 옮겼다. 이들은 진동하는 악취를 아랑곳하지 않고 컵라면, 초콜릿, 탄산음료 등을 꺼내 챙겼다. 한 여성은 “음식을 손에 넣어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리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미야기현 내 일부 슈퍼마켓들이 13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생필품은 순식간에 동났고 언제 물건이 채워질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센다이의 한 마을 상점은 13일 오전 1ℓ들이 생수 6000개, 컵라면과 통조림 각각 1000개를 확보했다. 1인당 생수 2개, 컵라면과 통조림은 총 4개로 수량을 제한했는데도 오후 3시에 매진됐다. 센다이 시내 한 편의점도 오전 8시 문을 열자마자 음료수, 컵라면, 일회용품 등이 순식간에 다 팔렸다. 가게 주인은 “다음 물건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