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대선주자 등 소재 오바마 ‘좌충우돌 조크’

입력 2011-03-14 19:2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자와 정치인 등 유력인사를 앉혀놓고 한껏 웃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그리다이언 클럽(Gridiron Club) 연례 만찬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은 물론 정치 이슈, 공화당 대선주자 등을 소재로 한 ‘좌충우돌 조크’로 참석자에게 한바탕 웃음을 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간 불참하다 올해 처음 참석했다.

그리다이언 클럽은 1886에 출범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중견 언론인 모임이다. 매년 유명 정치인과 각계 인사 수백명을 초청해 주요 정치 현안을 노래, 춤, 연극으로 풍자하면서 만찬을 즐기는 행사다. 유머 섞인 대통령 연설을 듣는 게 관례다.

백미(白眉)는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였다. 보통 이런 행사에서 대통령이 입장 또는 퇴장할 땐 ‘헤일 투 더 치프(Hail to the Chief)’가 연주된다. 그러나 이 곡이 시작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갑자기 무대 뒤 라이브밴드를 향해 “아까 우리가 얘기했던 그 곡을 연주해줘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히트곡 ‘미국에서 태어났어요(Born in the USA)’가 흘러나왔다. 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아직도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에 대한 풍자였다.

공화당 대선 후보주자들도 조크 대상이었다. 몸집이 큰 헤일리 바부어 미시시피 주지사에게 “아내 미셸이 달리기(run)가 필요할 거라고 얘기한 건 대통령 출마(run)를 권유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공화당의 또 다른 후보주자 미치 데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에겐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당신이 대통령 같아 보이지 않는다지만 걱정 말라. 그들은 나에게 매일 똑같은 말을 한다”고 꼬집었다.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2006년 이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당시엔 상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신참이었고, 지금은 상원에서 아무것도 이뤄지게 할 수 없는 대통령”이라고 사람들을 웃겼다.

일본 대지진 참사 중에 골프를 쳤다는 비판에 “골프장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 골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