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전용기까지 정비 불량이라니

입력 2011-03-14 17:56

해외방문에 나선 대통령을 태우고 국내 공항을 이륙했던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비 불량에 따른 외부 공기 흡입구 덮개 이상 탓이라고 한다. 대통령 전용기가 정비 불량으로 인해 회항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사안일 뿐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의 신인도 실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격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경위 조사와 함께 사후 대책을 포함한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전용기는 종래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양대 국적항공사 비행기를 골라 사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지난해 4월부터 5년간 장기 계약을 맺고 항공사로부터 빌려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전용기는 현재 대한항공이 운항과 정비를 담당하고, 공군이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회항의 일차적인 책임은 대한항공에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항공사 간 경쟁체제가 없어진 데 따른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한항공의 문제가 더 커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과 10월 항공기가 비행 중 엔진고장으로 회항과 지연운항을 하는 등 세 차례 정비결함 문제를 일으켜 국토해양부가 10월 말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철저한 정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11월과 12월에 또다시 정비결함으로 인해 모두 네 차례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의 넉 달 새 일곱 차례나 정비 불량으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당연히 “불안해 못 타겠다”는 항공기 이용객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그 정도 결함은 정비과정에서 늘 있는 일’이라느니 하면서 아랑곳하지 않다가 급기야 대통령 전용기까지 정비 불량으로 회항하는 사태를 맞았다. 항공기 사고란 일단 났다 하면 승객 몰살 등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포함한 승객의 안전에 어떻게 그토록 무심한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세계 톱클래스 항공사라는 자만심을 떨쳐버리고 안전불감증부터 고쳐야 한다. 아울러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