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속 협상이 중요한 초대형 유전개발 사업

입력 2011-03-14 17:58

상하이 스캔들, 일본 대지진 등으로 나라 안팎이 불안정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날아온 낭보는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나라가 아부다비의 대형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UAE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야말로 자원외교의 쾌거다. 아부다비는 원유 매장량 1000억 배럴로 세계 6위다. 양국이 엊그제 체결한 유전 광구 관련 계약을 통해 한국이 확보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14년 이후 매장량 10억 배럴 이상의 생산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租鑛權)이고, 또 다른 하나는 3개 미개발 유전광구에 대한 독점권이다. 총 물량은 국내에서 1년2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12억 배럴(현 시세 11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우리나라 석유개발사에 뜻 깊은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그만큼 의미가 크다. 우선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메이저 업체들만 참여해 온 ‘석유 1번지’에 한국이 처음으로 진출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지난해 10.8%에서 15%로 훨씬 높일 수 있게 된다. 일본(22.4%)에는 못 미치지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자립 기준인 20%에 성큼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대형 유전 개발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은 사업 참여만 보장됐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어느 곳의 유전에 참여할지, 투자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실제 확보 물량이 10억 배럴을 넘을지 등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내년 본계약을 맺기 위한 후속 협상이 중요하다. 정부가 기존 사업 참여 국가에 비해 불리한 계약이 되지 않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주길 당부한다.

그러려면 한국과 UAE의 동반자 관계가 공고히 돼야 한다. 향후 ‘100년간의 파트너 관계’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경제뿐 아니라 의료,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이므로 안정적인 원유 도입을 위해 여타 중동 산유국에 대한 에너지 외교도 강화해줄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