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숙미] 상수도 국비설치 법으로 보장해야
입력 2011-03-14 17:58
지난해 11월 시작된 구제역 피해가 해를 넘기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평소에는 그 피해를 체감하지 못했던 대도시 주민들도 구제역으로 인한 농축산물 피해와 지하수 오염 등 2차, 3차 피해의 두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 매몰이 일어난 지역의 상수도 설치율이 60%에 불과해 대다수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음료로 사용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구제역 2차 피해에 대한 논의는 이미 2년 전부터 있어 왔다. 2008년 5월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병으로 인해 이미 고통받고 있었다. 주요 발병 지역인 전북 익산은 주거지와 가까운 살처분 매립지에서 발생한 악취와 해충 등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식수였다. 주민들은 대부분 지하수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매립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에 지하수가 오염될까봐 매우 불안해했다.
당시 ‘상수도 설치가 왜 안 되고 있느냐’고 익산시청 관계자에게 질문하자 “상수도 설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익산의 경우 지방정부 부담률이 작지만 그마저 예산 확보가 되지 못해 상수도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가축 매몰과 연계된 어떤 피해가 닥쳐올지 두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공포를 조장하는 루머를 차단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했다.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당시 정기국회가 열리자마자 가축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살처분 매몰 지역 주민의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해 상수도 및 개인급수 시설 설치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정부의 예산부담 증가 등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논의가 미뤄졌고, 횟수로 3년째 농수산식품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이 개정안이 그해 통과되었다면 어땠을까?
축산농가가 있는 지역은 항상 가축 전염병 발생 위험성이 있고 발병이 되면 예방적으로 살처분 조치를 한다. 해당 지역에 상수도 설치를 선별적으로나마 국비로 했었다면 지금처럼 구제역 대유행(Pandemic)에 조금이라도 지역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2월 27일 당정청 협의에서 살처분 매몰 지역에 전액 국비로 상수도를 설치해 주기로 결정했고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뒤늦게나마 이러한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 하지만 근본적 처방은 될 수 없다.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아 향후 구제역이 발생해 매몰 처분이 이뤄진 지역은 무조건 상수도 설치를 지원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고, 이번 경우처럼 단발성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한 물을 사용할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돼 가축 매몰지 주민들이 물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손숙미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