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도대체 언제·어디 짓나… 입지 결정도 못하고 2년째 표류
입력 2011-03-14 17:36
국가 차원의 뇌융합 연구를 주도할 한국뇌연구원 설립이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2008년 2월 뇌연구원 설립 추진기획단(단장 서울대 서유헌 교수)이 출범한 후 계획대로라면 2009년 말 입지 선정을 마치고 2012년 하반기에 건물을 준공, 2013년 초 개원을 해야 하지만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09년 하반기에 연구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3개 컨소시엄으로부터 뇌연구원 유치 제안서를 받았지만 아직 입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된 2013년 초 개원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미래기술과 관계자는 14일 “우리나라 뇌과학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을 뇌연구원 설립이 생각보다 어렵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면서 “현재 어떤 형태가 최적인지, 우수 연구인력 확보 방법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며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일정이 상당히 지연됐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중에는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뇌연구원 설립은 국내 노인성 뇌질환자 수가 2007년 기준으로 84만7000명을 기록해 2002년 대비 1.7배에 이르고 국내 성인 정신질환 유병률이 30%에 이르는 등 노인성 뇌질환 및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는 전망에서 추진됐다. 2008년 심의·확정된 ‘제2차 뇌연구 촉진 기본계획’에 따라 부지 5만2000㎡(1만5730평), 건물 1만9054㎡(5764평) 이상 규모로 총사업비 1288억원(정부 638억원 부담)이 투입되는 뇌연구원 설립 추진안이 만들어졌다. 고령화 사회 뇌질환 진단 및 치료 기술, 차세대 뇌정보 처리 및 응용(인공감각센서, 뇌컴퓨터 등) 기술, 과학·사회·문화 융합 뇌기능 강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3대 연구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여러 지자체와 대학, 연구기관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뇌연구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뇌연구원 유치를 신청한 곳은 △서울대·인천경제자유구역청·가천의대· 길병원 △대전시·KAIST·서울아산병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SK주식회사 △경상북도·대구시·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경북대병원 등 5개 의료기관·포스텍·포항시 등 3개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각각 인천 대전 경북 등지로 뇌연구원을 유치하고자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재정 규모와 부지 등을 결정하고 제안서 수정·보완 등 준비를 계속해 오고 있지만 추진 일정이 자꾸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DGIST 관계자는 “2009년 11월 유치 제안서 제출 후 ‘발표 평가→실사단 부지 평가→종합 점수 산출’ 등 순서로 진행되게 돼 있었는데 발표 평가 이후 교과부로부터 공문과 전화 등을 통해 몇 차례 안내만 있었을 뿐 이후 진행 상황을 아무 것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개척 분야인 뇌융합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10년 이상 뇌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늦게 시작한 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국가 주도 뇌연구 계획을 세웠으면 로드맵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자꾸 표류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지자체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전시 관계자는 “당초 2009년 12월 이뤄질 예정이었던 입지 선정이 무기한 연기된 뒤 아무런 진척 상황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빨리 입지가 결정돼야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인 부지 선정 등 전체 추진 계획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지난해 수차례 교과부와 지역 국회위원 등을 만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지만 현재로선 교과부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28일 상설 행정위원회로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조정 작업을 거쳐서 입지 선정 및 향후 일정이 추진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