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승 원동력은… 끈끈한 응집력이 비밀무기

입력 2011-03-13 22:37

2010∼2011 시즌 프로농구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부산 KT는 특출한 센터나 슈터가 없지만 ‘보통’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전창진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로 올 시즌 프로농구의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KT는 하승진, 전태풍을 보유한 전주 KCC나 김주성이 버티고 있는 원주 동부 등에 비해 특출한 선수가 없어 시즌이 시작되기 전 중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시즌 내내 김도수, 최민규, 표명일, 박상오, 송영진 등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해왔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주전 중 무려 5명이 한꺼번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칠 때마다 KT ‘보통’ 선수들은 똘똘 뭉쳐 이를 정면 돌파하는 힘을 보여줬다. 송영진, 박상오 등은 감독에게 부상을 숨기면서까지 코트에 나와 악착같이 뛰면서 투혼과 전의를 불태웠다. KT의 농구는 스피드와 조직력이 특징이다. 주전 가운데 2m 넘는 선수가 1명도 없어 리바운드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지만 다른 팀 선수보다 한걸음 더 많이 뛰고, 서로를 의지하며 이를 극복한 것이다.

KT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는 지난 시즌부터 사령탑을 맡았던 전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동부에서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 빛났던 전 감독이 당시 꼴찌였던 KT로 말을 갈아탄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전 감독은 “황당했고,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원하는 선수 구성도 아니었다”고 구단의 첫 인상을 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새로 팀을 정비하고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없앴다. 전 감독은 팀을 1년 만에 정규리그 2위로 올려놓았고, 드디어 이번 시즌에 팀을 기어이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도 시즌내내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입는 악재가 겹쳤지만 팀 플레이를 강조하며 이를 추스렸다. 용병 드래프트에서 꼴찌로 한국 땅을 밟은 찰스 로드를 혹독하게 훈련시킨 끝에 리그 최고 용병으로 만들었다.

KT 우승에는 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노력 외에 프런트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1월 김도수가 시즌을 접어야 하는 큰 부상을 당했을 때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문병을 했다. 이 회장은 또 올 시즌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에 첨단시설을 갖춘 선수 연습장과 숙소인 ‘올레 빅토리움’을 지어주며 선수들이 농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