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시몬’ 김영빈 관장·원종배씨 부부 “다양한 관람객과 문화적 교감 기대”

입력 2011-03-13 10:41


서울 통의동 경복궁 옆 청와대 가는 길목에 지상 4층 규모의 새 갤러리가 들어섰다. 강남에서 18년 동안 활동하다 최근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갤러리 시몬. 김영빈(50·사진 오른쪽) 관장과 아나운서 출신 원종배(54·왼쪽)씨 부부가 운영하는 화랑이다. 이전 개관전으로 노상균 개인전(18일∼4월 17일)을 준비 중인 이들 부부를 12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한 소감을 묻자 김 관장은 “강남에서는 그림을 구입하는 소수의 컬렉터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놀이터였다면, 이곳에서는 다양한 관람객이 찾아올 것으로 보여 문화적 교감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에게 전시와 휴식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1∼3층은 전시장, 4층은 전망 좋은 카페를 꾸몄다.

갤러리 이전 개관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1980년대 KBS ‘사랑방중계’ 진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씨는 생활교육과 의료건강 방송 채널을 운영하다 2008년 방광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해 왔다. 원씨는 “암에 걸린 뒤 방송 사업을 접고 치료에만 열중했다”면서 “고교 2학년인 외동딸과 아내의 사랑, 기도 덕분에 병마를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갤러리 이름 시몬은 원씨의 세례명. 남편이 아나운서 시절 벌어 온 돈으로 아내가 그림을 사 모으면서 94년 갤러리를 열게 됐다. 원씨는 다소 꼼꼼하고 신중한 편이고, 김 관장은 활달하고 통이 큰 편이어서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오히려 ‘부창부수’를 꾀할 수 있었다고. 두 사람은 “무엇보다 부부가 호젓한 공간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좋다”며 웃었다.

하지만 갤러리 건축 과정에서 고생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곳이 조선시대 영조가 연잉군 시절에 머물렀던 창의궁 터여서 지표조사를 하는 중에 도자기 등 유물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공사가 몇 번이고 중단될 수밖에요. 지하를 파는 도중에는 커다란 석축이 발견돼 할 수 없이 지상에만 건물을 올렸어요. 힘들게 지었지만 궁궐 터였으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갤러리로 키워야죠.”

‘마술을 부리는 별자리’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여는 노상균 작가는 의상에 사용되는 반짝이는 얇은 플라스틱 장식 조각 ‘시퀸’을 이용해 작업한다. 평면의 캔버스에 시퀸을 붙여 볼록한 입체 덩어리로 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부부는 “별자리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노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을 더욱 빛나게 한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김 관장은 “앞으로 문범 강애란 등 전속작가 전시를 꾸준히 열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도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틈나는 대로 갤러리 일을 도우면서 KBS 라디오 주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원씨는 “그림 감상은 물론이고 좋은 사운드로 음악이 흐르는, 관람객들이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02-549-3031).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