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재난… 보도만은 빛났다
입력 2011-03-13 19:26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미증유의 재난 와중에도 일본 방송사들이 차분한 보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신속하고 과장되지 않은 보도라는 재난방송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K는 11일 오후 2시46분 강진 발생 이후 자막을 통해 속보를 내보낸 것과 동시에 즉시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오후 4시쯤부터는 헬리콥터로 센다이(仙臺) 상공에서 생중계를 진행했다. 쓰나미가 도로와 주택, 비닐하우스 등에 망가지는 모습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당황하지 말고 화재에 조심해 달라”며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앵커의 멘트는 반복됐다.
NHK는 12일에는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하드라마 ‘강(江)’ 방송을 취소했다. NHK가 이 드라마의 방송을 취소한 것은 1989년 쇼와(昭和) 일왕 사망 이후 처음이다.
NHK 외에도 TV아사히, 니혼TV, 후지TV 역시 지진 발생 직후부터 재해 상황과 대처 요령을 전하고 사망자와 생존자의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피해자의 겁에 질린 모습을 강조하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방송 보도는 우리나라의 일부 방송 보도와는 대조되는 것이다. 이번 대지진 이후 국내 방송사들은 ‘쑥대밭이 됐다’ ‘폭삭 무너졌다’ 등의 표현을 자주 쓰는 등 자극적인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꼼꼼하게 재난 방송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방송 매뉴얼을 각 방송사에 보내 재난에 대비토록 했으며 방송사들 역시 자체 재난방송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일본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컨대 NHK의 경우 50명 안팎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상재해센터가 24시간 가동 중이다. 보도 내용에서부터 정보의 전파, 대응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재난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지상파 DMB를 이용해 재난방송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재난이 갑작스럽게 닥치는 데다 DMB 보급이 이미 3500만대를 넘은 만큼, DMB가 비상시 정보 전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009년 ‘국가 재난방송의 DMB 활용 사업’을 국무총리실 주요정책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터널이나 지하대피시설처럼 재난방송이 가장 필요한 곳에는 중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아직은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