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강만수 얻었는데… 김석동式 ‘금융 빅뱅’ 오나

입력 2011-03-13 19:17


“혁명을 일으키겠다.

지난 2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책 금융기관의 기능 재편을 필두로 ‘금융 빅뱅’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은 이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민영화 등 관련 현안도 산적해 있고, 체질개선을 끝낸 KB금융지주와 내년 탄생하는 농협금융지주 등의 잠룡(潛龍)들도 건재하다. 이에 따라 김석동 식(式) 새판 짜기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석동-강만수 합작품 나올까=강 내정자는 취임 직후 산은지주의 타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강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시절이던 2008년 우리금융·산업은행(현 산은지주)·기업은행을 합병해 ‘챔피언뱅크’를 만들겠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산은지주·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의 기능을 재편,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들겠다는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게다가 국책은행 새판 짜기를 통한 메가뱅크 설립 아이디어는 현 정부의 대통령 인수위 시절 강 내정자가, 지난 1월에는 공공기관 혁신 워크숍에서 김 내정자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아이디어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당장 김 위원장이 언급한 4개 기관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개 기관은 정책금융 업무가 일부 중복돼 있어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합의 핵심이 될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2009년 말까지 한 기관이었던 만큼 합병 시 후유증이 적다. 다만 주무부서가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금융위로 나뉘어져 있어 합병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자산규모 159조원인 산은지주와 326조원인 우리금융이 합병하고 여기에 일부 국책기관까지 더해진다면 세계 30위권 안팎의 초대형 금융기관이 탄생하게 된다.

◇잠룡(潛龍)도 움직일까=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의 비만증세가 치유되고 나면 타 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해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해 군살을 뺐고 최근 KB카드를 분리하며 공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카드사를 비롯, 계열사를 동원한 금융지주사 간 캡티브마켓(내부 그룹 전속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카드 등 전 업권에서 깜짝 M&A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년 3월 출범할 농협금융지주 역시 기존 금융회사들의 위기감을 촉발시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 당장은 내부 조직 정비에 힘쓰겠지만 추후에는 다른 금융지주 또는 개별 금융회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라응찬 전 회장의 퇴임으로 사실상 2세대의 막을 올린 신한금융 역시 잠재적인 인수 후보자로 꼽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