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냉각 시스템 이상 왜… 냉각수가 증기로 변하며 연료봉 수면위 노출
입력 2011-03-14 00:52
정전→ 냉각수 중단→ 수소 폭발→ ‘노심용해(Meltdown:원자로 중심부 녹는 현상)’→ 방사능 누출
폭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제1원전 1~6호기, 제2원전 1~4호기 등 모두 10기의 원자로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제1원전 1~3호기, 제2원전 1, 2, 4호기의 냉각 시스템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수형(沸騰水型) 경수로(BWR)다. 우라늄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이 경수로의 물을 데우고 이 때 발생한 수증기가 터빈을 돌리면 전기 에너지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13일 제1원전 3호기도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제2의 재앙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원자로 안에서 냉각수가 증기로 변하면서 연료봉이 수면 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TEPCO)은 이날 제1원전의 경우 1~3호기에 모두 해수를 투입하거나 압력 저감 조치를 진행시켰다.
◇제1원전 1호기 폭발 원인은=규모 9.0 강진과 대규모 쓰나미에 이은 전력 공급 중단이 주된 원인이다. 쓰나미로 인해 정전 때 비상용으로 쓰는 디젤 발전기의 가동이 불가능해졌다. 이어 3단계 백업 역할을 하는 스팀 터빈이 전력을 생산해 원자로 내부에 물을 순환시켰지만 곧 원자로 가동을 조절하는 배터리가 방전됐다.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노심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노심 용해가 발생하고, 핵 연료봉 피복제에서 나온 지르코늄이 냉각수와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우라늄으로 이뤄진 핵연료봉은 지르코늄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수소가 원전 중심부인 격납용기와 원전 외벽 건물 사이 공간에 차 있다가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수소가 폭발을 일으켜 원전 건물 외벽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능 물질 외부 유출을 막는 안전장치인 격납용기는 파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냉각 시스템이 조속히 복구되지 않는다면 격납용기 자체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도쿄전력이 이날 해수 투입에 나선 건 상황의 긴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어떤 곳=후쿠시마현 후타바초에 있는 후쿠시마 원전은 1970년대 초 가동을 시작했다. 제1원전 원자로 1호기는 1967년 착공돼 1971년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2~6호기도 모두 1970년대에 가동했다. 이처럼 40년이나 지난 낡은 원전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2원전 4기는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11.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982~87년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번 지진 발생 당시 제1원전 4·5·6호기는 보수 중이었고, 가동되던 제1원전 1~3호기와 제2원전 1~4호기는 모두 자동으로 가동 중단됐다.
후쿠시마 원전은 2002년 도쿄전력이 원자로 점검기록을 허위 기재하고, 균열 등의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여러 차례 조작 스캔들에 휘말렸었다. 2002년 당시 미나미 노부야(南直哉) 사장 등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대거 사퇴하기도 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