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대피령, 반경 10㎞서 20㎞로… 늑장 발표로 피폭자 늘어
입력 2011-03-13 22:06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다시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다.
도쿄전력(TEPCO)은 13일 제1원전 3호기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원자로에서 방사능 증기를 빼내는 긴급 작업에 들어갔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호기 외부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것이 심각한 방사능 위험을 새로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난 1호기에 대해서는 이날 도쿄전력이 해수와 붕소를 퍼부으며 노심 온도를 낮추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제1원전 지역 방사선량이 법적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하루 전인 12일 밤 대피 명령 대상을 제1원전 반경 10㎞에서 20㎞로 확대했고, 제2원전 반경 3㎞에서 10㎞로 확대했다. 그러나 원전 주변 주민 21만명에 대한 대피령은 13일 오전에야 내렸다. 이에 따라 이곳 주민들은 황급히 집을 떠나 긴급 대피소로 향했다.
이들의 생활은 전쟁 피난민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해변 도시 나미에 주민 500여명은 승용차와 버스를 통해 가와마타로 빠져나와 한 초등학교에 대피했다. 나미에 출신 한 남성 근로자는 “사람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더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다”면서 “너무 춥고 담요와 음식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방사능 물질 노출 시 피해를 줄이는 요오드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이날 방사능 검색을 위해 대피소 앞에서 줄을 선 오노 마사노리(17)군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폭 가능성이 크다. 너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후쿠시마발전소 제1원전 1호기 폭발 사고로 인한 피폭자가 최대 19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폭발 당시 반경 3㎞ 이내에 후타바 후생병원의 직원과 환자 90명이 있었고, 후타바초 특별양호노인홈에 노인 100명이 입소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190명 중 22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사실이 확인됐고, 이들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