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공항마다 급거 귀국 韓日 출·입국객 몰려 긴장감

입력 2011-03-13 19:01


일본 대지진 사흘째를 맞은 13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출국장은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일본인과 지진을 피해 일본에서 급히 귀국하는 한국인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이날 오후 4시10분 출발하는 미야자키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이쿠미 카이(25·여)씨는 “아빠가 아직 도쿄에 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전화도 안 되고,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다”면서 “너무 걱정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쿠미씨는 “이번 지진은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더 이상 일본에 살 수 없을 것 같다. 마을이 다 망가졌다. 집들이 쓸려가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포공항에서 오사카로 출국하는 마유미라는 이름의 일본인 주부는 “여행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묵는 3일 내내 호텔에 들어오면 TV를 켜고 뉴스를 봤다. 정말 불안하다”면서 “일본에 있는 가족과 지난 12일 연락이 닿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공항의 폐쇄가 풀려 운항이 재개된 12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출국장에는 표를 구하려는 일본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급하게 일본으로 출국한 사람들은 이미 많이 빠져 나갔다”면서 “한국을 떠나려는 일본인보다 지진을 피해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입국한 회사원 김정철(43)씨는 “도쿄 오다이바에서 열린 건축건자재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철수하라는 방송이 나와 도망치듯 귀국했다”며 “원래 지난 12일 돌아왔어야 했는데 좌석을 구할 수 없어 하네다 공항에서 꼬박 밤을 새며 24시간 대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일본인들은 가족의 안부를 서로 물어보며 걱정을 함께 나눴다. 고려대 교환학생인 요시다 나가코(22·여)씨는 “지진 피해가 거의 없는 나가사키 출신이라 별로 걱정 안 했었는데 새로운 뉴스가 계속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면서 “교내 일본인 친구끼리 모여 피해 지역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 안부를 물어보고 한국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인 유학생은 “한국에 있는 일본인은 지진보다 원전 폭발을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한국인 반, 일본인 반’이었던 서울 명동거리에도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본어로 된 피켓을 들고 손님을 끌던 이시은(29·여)씨는 “평소 주말보다 일본인 방문객이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면서 “불안감 때문인지 가게에 들러도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벨트를 판매하는 다른 상인은 “일본인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 영업에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걱정했다. 한 상인은 “일본인의 아픔을 이해해 크게 소리치거나, 박수치는 등의 호객행위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숙박업소 예약 취소도 줄을 이었다. 서울 명동 뉴오리엔탈 호텔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만 8건의 예약 취소가 있었다”면서 “지진 피해가 극심한 센다이 쪽에서 오는 손님은 100% 예약 취소고 도쿄 사람도 하나 둘씩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행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인의 국내 관광과 한국인의 일본 관광 취소 주문이 폭주했다.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은 정문이 굳게 잠긴 채 정적만 흘렀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