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자동차·전자 타격… 장기적 피해 1000억 달러 넘을 수도
입력 2011-03-13 21:54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이번 대지진으로 입었을 경제적 피해는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대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낙관과 비관론이 엇갈렸다.
13일 외신들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북동부 지역 공장 4곳을 폐쇄했고, 닛산자동차도 동북부와 요코하마 지역의 공장 5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와키·도기치현 공장에서는 화재도 발생했다. 혼다자동차는 도시키현에 위치한 연구소의 천장과 벽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지역에 공장을 가동 중이던 전기전자·반도체 등 업계도 피해가 속출했다. 소니의 경우 후쿠시마·미야기 등 공장 6곳을 폐쇄했고, 파나소닉도 센다이, 후쿠시마 등 공장건물이 손상됐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여파로 일본 최대 정유회사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가 센다이 등의 정유시설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보험업계가 지불할 피보험손해액만도 최소 100억 달러에서 최고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지진 피해가 집중된 도호쿠 북동부 지역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수준으로 1995년 대지진을 겪은 고베가 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 피해도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고베 대지진은 1000억 달러 넘는 피해를 입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GDP(지난해 5조4742억 달러)가 1%에서 최대 3% 정도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547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가 넘는다. 게다가 이미 과도한 재정 지출로 힘을 잃은 일본이 이번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FT는 일본이 이번 충격으로 활력을 잃어 세계 경제 차원에서도 소비·투자부문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IBK투자증권 오재열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경제는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높다”면서 “때문에 세계 경제에서의 일본 비중이 8.7%에 불과하더라도 일본의 역성장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강진이 핵심 산업벨트는 비껴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뉴욕타임스는 에드워드 링컨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일본 강진 사태는 대규모 복구 사업을 통해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태로 전 세계는 향후 1~2년간 경제적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엔화 가치 향방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고베 대지진 당시 엔화 가치는 약 18%나 절상됐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엔저가 가장 우려되지만 고베 때를 생각하면 급격한 엔저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일본 정부의 심각한 재정 상태를 감안할 때 급격한 엔고도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엔·달러 환율은 상당기간 80엔대 초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민영 백민정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