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日 의존도 높은 부품·소재분야 ‘비상’

입력 2011-03-13 18:52


사상 최악의 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국내 경제도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로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품·소재 공급 차질은 물론 석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일본 관광특수도 물 건너가게 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자연재해가 경제에 주는 충격은 보통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엔 원전 사고까지 겹쳐 사태가 얼마나 확대되고 장기화될지에 따라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두 번째로 큰 우리나라의 교역국이다. 지난해 일본으로 281억8000만 달러를 수출해 국내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643억 달러를 수입해 국내 전체 수입의 15.1%를 차지했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부품·소재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주요 제품 부품·소재의 4분의 1을 들여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현재는 자동차·반도체 등 대부분 업종에서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간 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의 생산 차질과 물류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동북부에 있는 정유시설이 파괴돼 국제석유제품 및 국제원자재 가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원유 수입 감소 전망으로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국제석유제품 수요는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석유제품에 연동되는 데다 원전 가동중단에 따라 대체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가뜩이나 고공행진을 하는 국내 물가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관광성수기가 시작되지만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는 일본 관광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879만8000명) 중 일본 관광객은 34.4%(302만3000명)를 차지했다.

반면 지진으로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된 정유 철강 자동차업종 등은 국내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 등의 조업 중단으로 최소 일일 130만 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이 가동 중단됐고 신일본제철 등 일본 주요 철강업체도 가동이 중단됐다.

코트라는 현재 일본에 27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대부분 생산 공장이 아닌 사무실 형태여서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이날 윤증현 재정부 장관 주재로 16개 부처가 참석한 긴급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경제 분야 합동대책반을 통해 금융, 곡물·석유 등 원자재, 산업·교역, 물류·수송, 관광 등 각 분야별 일일상황을 점검·대응하기로 하고 원전관련 대책반을 추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명희 맹경환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