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大 논술 축소·폐지 발표 속 대치동 학원가 가보니… “그만두자니 찜찜” 여전히 북적
입력 2011-03-13 18:27
지난 11일 저녁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 여전히 북적였다.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두꺼운 논술 교재를 들고 학원으로 몰려들었다. 오후 내내 한산하던 학원은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수험생으로 가득 찼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논술시험을 아예 보지 않거나 비중을 축소하는 대학에게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논술 결과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논술 로또’를 막자는 취지였지만 정작 수험생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주요대학에서 대입 논술 전형을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3 학생에게 논술은 계속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논술을 붙잡고 있자니 시간낭비 같고 그만두자니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한 논술학원 앞에서 만난 고3학생 이모(17)양은 “서울대 수시 논술이 폐지됐다고 논술을 포기하는 친구는 별로 없다”며 “구술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논술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수험생 김모(17)군은 “수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로 논술시험을 안 보는 데가 많을지는 의문”이라며 “서울대 발표 당시에는 논술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판단을 미뤄둔 상태”라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학원을 찾아온 학부모들은 각 대학의 논술 축소 방안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최영란(50·여)씨는 “입시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당분간 논술을 계속 시킬 생각”이라며 “학생은 꾸준히 준비하는데 정책 변화는 너무 갑작스럽다”고 비난했다. 학부모 김연자(48·여)씨는 “논술 비중을 축소한다고 차례로 발표할 때마다 혼란스럽다”며 “학원이나 학교에 대책을 물어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논술학원들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치동 H논술학원 관계자는 13일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대에서 폐지했더라도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실제로 논술 시험을 안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K논술학원 역시 “심리적인 동요는 있지만 수강생 수에 큰 변화는 없다”며 “각 대학의 구체적인 전형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논술 전형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