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지진·쓰나미·방사능 ‘3중 공포’에도 日국민 침착했다
입력 2011-03-13 22:16
‘지진·쓰나미·방사능’이라는 최악의 공포 속에서도 일본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정부는 조기 경보를 신속히 발령했고, 국민들도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대처했다. 일본이 사상 최악의 재난을 겪고 있음에도 경이로운 질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13일 보도했다.
◇“일본 대처 잘했다”=13일 미야기현 센다이의 쇼핑센터와 편의점 앞에는 수백명이 줄을 서 있었다. 물자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가운데 가게마다 생필품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받겠다고 새치기하거나 밀치는 사람은 없었다.
센다이 도심의 건널목은 대부분 내려앉은 채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일부 신호등이 남아 있는 곳에선 시민들이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CNN은 “일본인은 가게에서 뒷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사가는 극도의 침착함을 보였다”며 “구호품을 받을 때도 순서를 기다려 하나씩만 받아갔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발목을 크게 다친 히로코 야미시씨는 응급조치를 위해 찾아온 의료진에게 거듭 미안함을 표한 뒤 “나보다 먼저 찾아갔어야 하는 사람들이 없었느냐”고 물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전했다. 이토 지호(36)씨는 “당황하고 자기만 앞세우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일본인은 그동안 무수한 자연재해를 통해 체득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대응도 빛났다. AP통신은 “전 세계 지진 관측 역사상 4번째로 강한 지진을 겪은 일본이 최선의 대비를 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단층의 파장 감지에 근거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진동을 느끼기 15초 전에 국민들에게 지진 경보를 내려 대피를 유도했다. 지진 전문가인 데니스 밀레티 전 캘리포니아 지진안전국장은 일본을 전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하는 국가로 꼽으면서 “지난해 가장 취약한 국가인 아이티에서 22만명이 희생된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말했다.
◇생필품 부족, 단전·단수=이번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동북부 센다이 지역 주민들이 음식과 연료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CNN이 13일 보도했다. 슈퍼마켓과 주유소에는 식품 등을 구입하려는 긴 줄이 늘어섰으나 음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력은 14일에나 다시 공급될 전망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3일 도부(都道)현의 100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한편 도후쿠(東北) 신칸센을 비롯해 야마카타, 아키타 등의 철도 노선은 운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수도권에서 조에쓰와 나가노를 연결하는 신칸센도 나가노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운행을 못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