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탄에 잠긴 일본 위해 희망의 손길을

입력 2011-03-13 17:39

일본 열도가 오열하고 있다. 11일 오후 도호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은 일본의 지진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파괴력이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5만배나 됐다고 한다. 평소 잦은 지진을 겪어온 만큼 철저히 대비해 온 일본이지만 워낙 강력한 지진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초대형 지진으로 인한 도로 가옥 공장설비 등이 파괴되는 직접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진 발생 직후 밀려온 최대 높이 10m에 이르는 쓰나미가 이와테현 마야기현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지바현 등에 있는 태평양 연안 도시들을 덮치면서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현실에서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현재 확인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도 엄청나지만 아직까지 연락 두절 상태의 해안 주민이 적지 않아 인명피해는 갈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게는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연재해 속에서 공포에 떨고 있을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조속한 회복을 간절히 염원한다.

일본 국민의 아픔은 바로 우리의 아픔이다.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다. 이웃이었기에 양국은 때론 지배·피지배의 역사를 공유해야 했고 그로 인한 적대감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들의 눈물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닦아 줘야 한다.

그들의 눈물 우리가 닦아 줘야

무엇보다 그들은 지금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더구나 재일한국인·조선인을 비롯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우리 동포와 그 후예까지 따진다면 일본에는 현재 한국과 혈연으로 연계된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이 점 또한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일본 당국의 요청에 따라 구조요원과 구조견을 신속히 파견한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다. 의료지원팀을 비롯해 피해복구요원 등 당장 필요한 인원, 장비, 물자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준비해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위기에 처한 일본에 대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웃으로서 우리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지 교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쓰나미가 덮친 도호쿠 지방에 거주하는 교민과 유학생 1만5000여명, 그리고 10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소재 파악은 물론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산업 피해도 적잖은 걱정거리다. 특히 이번 지진과 쓰나미 등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 물질 누출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13일 근처 주민 21만명을 반경 20㎞ 밖으로 대피토록 했다. 강진과 대형 쓰나미에 이어 원전 폭발 등으로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리히터 규모 4∼5정도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공포는 잦아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서구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일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 포인트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과 일부 도쿄 부근의 자동차 공장과 전자부품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원전은 물론 정유공장도 섰다. 세계 3위인 일본 경제의 혼란은 이웃나라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연간 380억 달러의 부품·소재를 수입하고 있어 당장 수출품에 들어갈 부품·소재 조달이 우려된다. 아직까지는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본 경제의 혼돈이 장기화된다면 우리의 수출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합동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실물 부분의 애로 요인과 더불어 유사시 국내에 유입돼 있던 일본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마련, 점검하면서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 열도가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거듭 기도한다. 엄청난 자연재해는 비록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이후 사태를 수습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지구촌 공동체가, 이웃사촌들끼리 서로 돕고 협력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힘과 용기를 재충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