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코막힘’… 스프레이 완화제 믿으면 ‘큰코’ 다친다
입력 2011-03-13 17:38
고3인 진재호군은 최근 코막힘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진군은 2년 전부터 약국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스프레이형 코막힘 완화제를 구입해 수시로 코 안에 뿌려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약품을 사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하루 종일 코가 막혀 괴로웠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 부위가 코다.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물질들이 많은 봄이 오면 코는 더욱 괴롭다. 수시로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히기 때문이다.
코막힘은 감기나 축농증, 알레르기 비염, 비중격만곡증(코 속 중간 뼈가 휘어져 한쪽 공간이 좁아진 증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스프레이형 코막힘 완화제를 사용하면 코가 뻥 뚫리는 효과가 5∼10분 안에 나타나고 한번 사용에 5시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해당 부위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점점 줄어들 뿐 아니라 장기간 오·남용할 경우 ‘약물성 비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용배 박사는 13일 “코막힘 완화제는 코 속 혈관을 수축시켜 분비물을 줄임으로써 코막힘 증상을 완화한다. 하지만 장기간 과도하게 쓰면 자율신경 조절 장애가 발생해 혈관 수축이 감소하고 반동 현상으로 오히려 혈관이 확장돼 코 속이 충혈되며 점막에 부종이 생겨 코막힘이 심해진다”고 경고했다.
약물성 비염으로 진행되면 더 이상 약물 치료가 힘들어 수술 등 외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코막힘 완화제는 4일 이상 연속 사용해선 안된다. 만약 계속 약을 써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혈관 수축 작용을 하는 약의 경우 고혈압, 심장질환자에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당뇨나 안압이 높은 녹내장, 갑상선항진증 환자, 임신부에게도 약물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반드시 전문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코가 막힐 때는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이 도움된다. 하루 2∼5회 정도가 적당하며 체온과 비슷하게 데워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자기 전 샤워 시 코에 뜨거운 김을 쐬는 것도 좋다. 잘 때는 베개를 약간 높게 한다. 누울 때는 반드시 창 반대쪽으로 머리를 두고 가습기를 틀어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코막힘이 심하다면 코 속 점막을 태워서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수술이 필요할 수 도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