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59) 5세기 신라 장수의 갑옷

입력 2011-03-13 17:25


2009년 6월 경주 황오동 쪽샘지구 신라시대 고분에서 고고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5세기 무렵의 유물이 발굴됐습니다. 쪽샘지구는 신라 왕족이나 귀족들의 공동묘지로, C10호묘 주곽(主槨·무덤의 주인공이 묻힌 덧널)에서 1600년 전 장수가 차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갑(馬甲·말 갑옷)과 찰갑(札甲·무사가 착용한 비늘식 갑옷) 일체가 완전한 형태로 출토됐지요.

마갑은 목곽의 바닥에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목·가슴 부분, 몸통 부분(가로 130㎝, 세로 100㎝), 엉덩이 부분 순으로 정연하게 깔려 있었답니다. 몸통 부분 마갑 위에는 무덤의 주인으로 보이는 장수의 갑옷인 찰갑으로 된 흉갑(胸甲·가슴 가리개)과 배갑(背甲·등 가리개)을 펼쳐 깔았는데, 둘을 양쪽 옆구리에서 여밀 수 있도록 이른바 양당식 구조로 만들었지요.

그동안 마갑은 대부분 일부만 발견됐을 뿐이고, 1992년 경남 함안 마갑총 고분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가 나오기는 했지만 쪽샘지구 고분처럼 중장기를 갖춘 것은 유례가 없다는 겁니다. 사람이 착용한 갑옷의 경우 쇠로 만든 판갑(板甲)은 종종 출토돼 원형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찰갑은 부속 형태로만 나와 원형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답니다.

평남 용강의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에는 찰갑을 착용한 한 장수가 마갑으로 무장한 말을 타고 달리며 창을 휘두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벽화로만 보았던 삼국시대 중장기병의 모습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쪽샘지구 마갑류는 획기적인 발굴로 평가됩니다. 갑옷을 걸친 채 말을 타고 군대를 호령하던 신라 장군이 무덤을 박차고 나오는 상상을 해봅니다. 부곽(副槨)에서는 마주(말 얼굴 가리개)와 안교(말 안장), 등자(발을 걸어 말에 타는 도구), 행엽(말의 치레거리), 재갈 등과 함께 큰 항아리, 뚜껑이 있고 4개의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목 입구가 작은 항아리 등이 다량 발견돼 무덤의 주인이 고위층 인물이라는 사실을 추측케 합니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 시대 장수의 모습을 재현할 때 유익한 고증 자료가 되겠지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가 최근 쪽샘지구 41호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입니다. 흙을 걷어낸 봉분 내부에서는 덧널을 감싼 돌무지 시설이 방형(方形)으로 확인됐다는군요. 이 적석목곽분은 봉분 주위를 빙 둘려가며 쌓은 돌무지이자 일종의 담장인 호석(護石)을 기준으로 지름 20∼23m, 봉분 높이는 2m랍니다.

조사단에 따르면 쪽샘지구 고분에는 당초 민가가 있었기 때문에 하수도관 매설 과정에서 봉분 일부가 파기되기는 했으나 다행히 도굴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 가을쯤에는 상세한 조사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군요. 이곳에서도 마갑류 못지않은 소중한 유물이 출토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