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보이쇼-아톰’ 연장공연… 日 대표 ‘버라이어티쇼’, 2시간 내내 관객 시선 붙들어
입력 2011-03-13 17:24
3개월의 장기공연을 마치고 연장공연에 돌입한 ‘콘보이쇼-아톰’(사진)은 연극, 뮤지컬, 무용극 등 어느 장르로도 분류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2시간 동안 관객들 정신을 쏙 빼놓는다는 것.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 쇼’라는 말이 적당하다.
1986년 일본에서 초연된 ‘콘보이쇼’는 현재까지 80만명이 관람한 일본 대표 공연이다. 연출가 이마무라 네즈미가 만든 ‘콘보이쇼’의 레퍼토리는 총 28가지에 이른다. 이 중 ‘아톰’편은 우정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 ‘아톰’은 당신과 내가 하나의 존재이고 나눌 수 없는 원자(Atom)라는 뜻이다.
칸트 플라톤 사르트르 등 철학자를 자처한 6명의 친구들이 결성한 ‘시인의 모임’이 이방인 사리를 받아들이면서 하나의 우정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싱그럽고 풋풋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연기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는다. 사리가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여 달라며 폭탄을 갖고 위협을 하자, ‘시인의 모임’ 멤버들은 형사극 흉내를 낸다. 사리에게 폭탄을 내려놓으라고 달래던 장면은 사리의 엄마가 등장해서 아들에게 호소하는 신파극으로 전환된다. ‘개그콘서트’에서 볼 법한 웃음 코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무대 분위기가 휙휙 바뀌기 때문에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가 없다. 연출가 이마무라 네즈미의 바람대로 ‘콘보이쇼’에서는 관객과 배우 모두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기분에 빠져든다.
배우들은 근육이 도드라지는 의상을 입고 격렬한 춤을 춘다. 붉은 조명 아래서 블루스를 추다가 조명이 바뀌는 순간 재킷을 걸치고 빠른 비트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여느 아이돌의 퍼포먼스 못지않다. 배우들의 얼굴과 옷이 땀방울로 범벅이 될 수록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커져간다. 7명의 청년들이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고 아톰 머리띠를 하고 부르는 ‘칠드런 오브 아톰’은 그 화려함과 귀여움이 최대한 발산된 명장면이다.
쉴새없이 달려온 공연은 후반부에 이르러 춤에 메시지를 담아 묵직한 감동을 준다. ‘시인의 모임’ 멤버들이 한 명씩 시를 춤으로 표현하는 것. 이승민의 ‘목련의 꿈’, 박영실의 ‘춤을 추고 싶다’와 같은 명시뿐만 아니라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인기 가요가 현란한 탭댄스, 신나는 타악 연주, 역동적인 마임으로 재현된다. 4월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070-8742-2672).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