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새 녹내장 치료법 SLT
입력 2011-03-13 17:27
난치성 녹내장 치료법 가운데 ‘선택적 레이저 시신경 섬유주 성형술(SLT)’이란 게 있다. 비(非) 발열성 레이저를 눈에 쏘아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시신경 섬유주만 골라 자극함으로써 안압을 낮추고 시(視)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다. 안압 하강 효과가 크고 지속 기간도 길며 여러 번 반복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개방각 녹내장’이 있을 때 안압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뛰어나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임신 중반기의 정모 씨가 부른 배를 부여잡고 울면서 필자를 찾아왔다. 수개월 전 동네 병원에서 녹내장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치료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검사결과 그녀는 실제 녹내장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시야가 많이 좁아져 있었고,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까지 이어질 판이었다. 하지만 첫 진단처럼 임신 중인 그녀에게 녹내장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을 처방할 수도 없었다. 수십 가지의 시판 약 중 임신 중 쓸 수 있는 녹내장 약은 하나도 없고, 수술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SLT는 바로 이렇게 임신 중인 여성 녹내장 환자, 또는 수술로 녹내장을 제거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안압 약을 사용하고 있으나 안압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수술이 필요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곤란한 경우 △녹내장 진단을 받았으나 안약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안압 조절 약을 쓰면 충혈, 작열감 등이 유발돼 불편한 경우에 유용하다. 정씨 역시 이 치료로 녹내장 진행을 막아 실명 위기를 넘겼을 뿐 아니라 아기도 건강하게 낳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진단 후 약물을 먼저 쓰던 기존 녹내장 치료 패턴이 SLT 시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SLT 시술이 약물치료가 어려운 녹내장 환자는 물론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도 두루 효과가 있다는 임상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동안 녹내장 환자들은 하루에 수차례 정확히 안압 약을 넣어야 하는 약물치료를 평생 동안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약물치료는 제대로 지키기가 힘들어 환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SLT 시술은 무엇보다 녹내장 환자들의 이 같은 불편을 일거에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약물치료는 안압 약을 점안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약 기운과 안압 하강 효과가 동시에 떨어지는 반면, SLT의 경우 1회 시술로 그 효과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지속된다. 시술 시간도 정밀 검사 후 약 10분이면 끝나 입원할 필요가 없다.
홍영재 누네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