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강타] “건물 요동쳐 다 죽는구나 생각”…대중교통 전면 중단, 휴대전화 안 터져

입력 2011-03-11 22:09

일본 현지 교민과 유학생 등 현지인들은 11일 오후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도쿄 등 대도시에도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는 이날 오후 대부분 지역에서 휴대전화가 불통돼 인터넷 전화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만 가능한 상황이다. 인터넷 전화로 연결한 도쿄 오우지 주민 이석재(35)씨는 “십년 넘게 일본에서 일해 왔지만 이런 지진은 처음이었다”며 “오후 내내 도쿄는 큰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후 3시쯤 갑자기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렸다”며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는 바람에 회사에 비치됐던 안전모를 쓰고 대피소로 뛰어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사람들이 물건을 사재기 하는 바람에 인근 편의점 물건은 모두 동났다”고 했다.

도쿄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김성식(29)씨는 “도쿄는 대중교통이 전면 중단되면서 개인 차량이 없는 시민은 대부분 걸어서 집으로 가거나 직장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며 “직장 인근 호텔은 이미 만실이고 렌터카는 구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는 시민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어졌다”며 “도쿄 사람들은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도쿄 와세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오가와(22·여)씨는 “지진이 일어나던 당시 도쿄 시내의 한 고층건물 27층에서 기업설명회를 듣고 있었는데 건물이 흔들리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휴대전화가 전혀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오가와씨는 인터넷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도 도쿄 현지 상황이 속속 전해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도쿄 지진 발생. 전 역과 역 사이 지하철 안에 갇혀 있었는데 진동이 장난 아니네요. 지금 지상으로 올라와 보니 전화 불통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 아직도 울렁거려요”라고 적었다. 다른 사용자는 “인생에서 이런 지진은 처음이다, 죽는 줄 알았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이날 오후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 전화 통화량이 폭증해 연결이 어려워졌다. 11일 오후 5~6시 일본으로 발신한 전화 건수는 이동전화 6만9308건, 유선전화 21만418건으로 평상시보다 각각 91배, 41배 증가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