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강타] 중소 수출입 업체 “스톱”…호텔·여행업도 날벼락

입력 2011-03-12 00:49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 및 쓰나미 피해로 우리 경제 및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더불어 주요 교역국가인 일본 경제가 입을 타격은 곧바로 국내외 금융시장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도미노 피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주요 부처별로 긴급대응반을 구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회의를 갖고 외환시장과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12일에는 주요 경제부처 당국자가 모이는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중소 수출입업체 및 여행·호텔업계 초비상=국내 산업계의 경우,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에 각종 부품·소재를 수출입하는 중소 업체들은 당장 도쿄 나리타공항 등이 폐쇄되면서 화물 항공기 결항에 따른 거래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일본은 중국보다 작은 시장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나 부품조달 등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및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모비스는 지진으로 나리타 공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일본 수출 차량에 대한 AS 부품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 비율이 전체의 1%가 채 안되고 일본에 판매법인도 없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진에 따른 엔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대일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소니사에 공급해 온 삼성전자도 수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날 강진의 여파로 국내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장 일부가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최근 엔화 강세와 신한류 붐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던 호텔·여행업계도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이달 넷째 주부터 시작하는 일본 최대 명절인 ‘춘분절’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연휴 특수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본인 관광객이 주로 선호하는 서울 강북 도심권의 특급 호텔도 객실 점유율 유지에 비상이 걸렸고, 면세점 업계도 적잖은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악영향 예고=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 곡물시장 등에도 파장이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당장 다음주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국내외 금융권은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허약한 국내 증시에서 중동 사태, 남유럽 재정 불안에 이은 또 다른 악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세계 금융시장의 여러 악재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상황이었는데 일본 지진이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화는 단기적으로 엔화와 함께 동반 약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지진사태가 대만과 하와이 등 다른 지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면서 환율 변동도 커질 전망이다.

재정부는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하면서 국내 경제 및 금융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긴급대응반을 가동하면서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소재의 수급 동향 및 업종별 세계 시장 상황을 분석,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세욱 김찬희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