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판결… 자꾸만 터지는 악재에 하나금융 “울고 싶어”

입력 2011-03-11 18:37

외환은행 인수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잇단 악재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 소송으로 신주 상장이 유예되는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인수 승인을 코앞에 두고 론스타 주가조작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대법원은 10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에 대해 하나금융지주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 이뤄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장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 주는 것은 론스타의 ‘먹튀’를 돕고 하나금융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요새 뜻하지 않은 악재가 자꾸 나온다”고 푸념했다.

엄밀히 보면 하나금융지주의 인수와 이번 판결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회의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편입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외환은행 대주주가 형사법을 어긴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유죄가 확정돼 대주주 자격을 잃어 은행법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을 강제 매각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달 중 완료되지만 법원의 확정판결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매각이 끝난 뒤 매각 명령을 내리는 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주가조작 범죄를 저지른 측이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차익 실현하도록 돕는다는 여론이 나올 경우 하나금융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자칫 불똥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 과거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할 때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루다 매각이 무산된 전례도 하나금융으로서는 꺼림칙한 부분이다.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점도 하나금융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 중”이라며 “판결문 내용과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